『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프란츠 부케티츠

세상은 용기있는 자를 칭송하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이어 나가는 것은 겁쟁이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용기있는 자들이 받아온 과대 평가에 대해 비판하고, 진정한 승자는 몸을 사리며 생존해온 겁쟁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서 기발하다고 생각될 뿐이다. 독자로 하여금 용기와 생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게다가 겁쟁이들 중 하나인 나로서는 나의 성향이 이렇게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니 그저 고맙기만 한 책이다.

용기있는 자들에 대한 높은 평가는 대체적으로 그 용기의 수혜를 국가가 획득할 가능성이 높을 때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다. 즉, 국가와 정부는 국민들에게 유사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라는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프로파간다는 특히 젊은 세대들의 비합리적인 판단을 야기하는데 꽤 효과적이다.

군대에 징병되는 것은 왜 젊은 세대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창나이라 전투력이 더 좋아서일까? 전쟁을 경험해본 노인들의 노련함이 더 효과적이지는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나이가 들면 자신의 가치관이 확고해지기 때문에 일사분란한 명령하달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뭘 잘 모르는 나이에는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 성립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사상교육이 잘 먹히게 마련이다.

명예로운 죽음과 비겁한 생존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물론, 난 비겁한 생존을 택하겠지만, 가치관에 따라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은 분명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선택이 과연 자유의지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지속적으로 주입된 사상교육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그 답이 어디에 있던, 생물학적 관점에서, 또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승자는 비겁한 생존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