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예매를 하고나서 YouTube에 들어 갔더니 여기 저기서 물괴 까는 비디오가 난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그냥 덕선이 활솜씨나 구경하자는 자세로 극장에 임했다. 극장을 나오며, 마음을 비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에 본전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심지어 나름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괴수 영화라는 매우 독특하고 그래서 국내에서 제작되기 힘든 장르, 국내에서 괴수영화로 성공을 거둔 것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단 한 편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러한 장르에 도전한다니 응원을 해주고 싶다. 물론, 투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런 장르에서 당연히 나와야할 CG의 퀄리티나 스토리의 논리적 전개 등에 대해서 글을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CG 등을 논하기 이전에 김명민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의 장르가 괴수영화 보다는 코미디 퓨전사극이 되어 버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바로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이미 기반을 다져버린 탓이다. 그의 능청스러운 사극 연기는 전매특허가 되어 버렸기에, 김명민이 어떠한 사극을 찍던 그 사극은 조선명탐정같다라는 조롱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기대를 했던 해리의 사극연기는 많이 미흡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대사의 톤이 혼자 상당히 현대적이며, 그래서인지 혼자 시트콤을 찍는 것같다. 덕선이의 캐릭터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