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밀면 @중국요리몽 and 허가밀면

밀면의 유례를 찾아보면, 6.25 때 이북에서 북한으로 피난왔던 사람들이 냉면이 재료로 쓰이는 메밀을 구하기가 어려워 대신 밀가루를 이용하여 만들어 먹기 시작하여 탄생하였다고 나와 있다. 왠만한 국수는 다 좋아하는 나이기에, 거제에 내려온 김에 밀면을 먹어 보자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무론, 밀면의 발상지인 부산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거제이기에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방문한 것이 장승포쪽에 있는 중국요리몽 & 허가밀면이었다.

거제에 내려와서 장승포 쪽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장승포도 나름 여행지라고는 하는데, 딱히 여행지의 번화함이나 화려함이 느껴지지는 않고, 그저 고즈녁함이 느껴질 뿐이었다. 약간 헤매다 중국요리몽 & 허가밀면을 발견하였다. 식당 이름의 유례를 알 수는 없으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보면 중국요리몽이라는 중국집을 하는 총각과 허가밀면을 하던 처녀가 결혼하면서 합병을 하여 중국요리몽 & 허가밀면을 만들었지 않을까? ㅋㅋㅋ 말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방문해보면 인테리어는 "허가밀면" 보다는 "중국요리몽"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래서, 밀면을 주문하기가 좀 뻘줌하다. 그냥 중국집 분위기다. 그 뻘줌함을 무릎쓰고 비빔밀면과 군만두를 주문하였고, 잠시 후 주문한 메뉴들이 서빙되었다. 먼저 나온 것은 군만두였는데, 일반적인 중국집의 군만두와 크게 차이점이 없었다.

비빔밀면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보기 전에 많이 궁금해 했는데, 처음 생각은 밀가루 면이니 그냥 마트 등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중면같은 밀가루 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럼 집에서 만들어 먹는 비빔국수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면이 다르다. 이 면의 식감은 쫄면과 중국집에서 짜장면 만들 때 사용되는 옥수수면의 중간정도이다. 그래서, 약간의 쫄깃함이 느껴진다. 물론, 쫄면처럼 고무씹는 수준의 쫄깃함은 아니다. 그리고, 씹으면 약간의 밀가루 향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난 크게 게의치 않았지만 이 향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듯하다.

굳이 냉면과 밀면 중 고르라고 하면 난 냉면을 고르겠지만, 가끔 냉면을 먹고 싶은데 밀면 밖에 없다면 굳이 거르지 않고 밀면을 선택할 수준의 맛은 되는 것같다. 밀면의 유례와 딱 맞아 떨어진다. 냉면의 Plan B 정도의 맛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메밀을 쉽게 구할 수 있는 21세기의 한국에서 밀면의 존재가치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사람의 입맛은 다양하기에, 냉면보다 밀면을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밀면 가게들이 존재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중국요리몽 & 허가밀면의 밀면이 부산의 정통을 자랑하는 밀면과 다른 맛일 수도 있으니,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부산에서 밀면을 먹어본 후에 다시 밀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