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제프리 웨스트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된 이후 오랜만에 수작이 나타난 듯한 평이 많아 나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읽기 시작한 것은 거의 한달이 넘는 듯한데, 개인적으로 어수선하고 생활환경도 바뀌어 독서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요즘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독서시간을 확보하게 되어 가까스로 9월에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하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저자인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는 『스케일』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꽤 명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뭔가 스케일이 증가할 때는 그와 상관관계에 있는 다른 요소들도 증가하게 되는데, 그 증가분에 대한 상수가 존재하며, 이 상수들은 놀랍게도 모두 비슷한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생물과 같은 유기체부터 시작해서 도시의 사이즈에서도 나타나며,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거대해 지는 것이 유리한지, 그리고 왜 무한히 거대해 질 수 없는 지에 대한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생명체 부터이다. 세상에는 단세포 생물들부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고래까지 다양한 크기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진화의 방향은 스케일이 커지는 쪽이었고, 스케일이 커지는 것은 분명히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유기체의 크기가 2배 커진다면 대사율은 2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1.75배가 필요할 뿐이다. 즉, 25%가 절약되는 셈이다. 좀 더 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60kg인 사람이 하루에 3,000 칼로리의 식사를 해야 한다면, 120kg인 사람은 6,000 칼로리가 아니라 3,000 칼로리에서 75%가 증가한 5,250 칼로리만 섭취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무한히 커지게 되면 이러한 장점들을 상쇄할 수준의 무리수가 따르게 되는데, 또 단적인 예를 들자면, 너무 무거워 무릎에 이상이 오게 된다. 즉, 물리적으로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도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크기가 지금 정도의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서로 상쇄되는 어느 지점이 있고, 그 지점까지만 성장하게 진화해온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현상이 생명체와 같은 유기체 뿐만 아니라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도시가 2배 성장함에 따라 이를 지탱하기 위한 기반 시설들은 2배까지는 필요 없고, 약 1.85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역시, 이렇게 되면 15%가 절약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도시 또한 커질대로 커지다가 어느 정도 커지면 문제점이 발생하여 성장함으로서 생기는 장점을 상쇄해 버리는 문제점 때문에 특정한 수준의 사이즈까지만 성장하게 된다. 예를 든 것이 미국의 도시들이라 과연 다른 환경의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상수가 통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상수가 필요한 것인지 궁금했다.

기업 또한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데, 도시에 비해서 연구를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도시가 몇 백년에 이르기까지 유지되는 거셍 비해서 기업의 생존주기는 이에 비해 매우 짧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하여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도시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기업 관련 데이터는 상당한 비용을 치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진 지금에서야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하소연은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저명해진 학자들도 역시 펀딩의 한계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싶다.

단적인 예로 든 사실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평생 뛸 수 있는 심장박동수가 비슷하다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쥐들은 분당 심장박동수가 엄청나게 많아서 수명이 짧고 코끼리 같은 경우는 심장이 천천히 뛰어서 비교적 오래 산다고 한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의학이 발달하여 그 한계를 뛰어 넘어 120살까지 살 수 있게 딘 것이라고... 심장이 뛸 만큼 흥분되는 일을 삼가여 장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