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대가삼계탕 아주점

얼마전에 같이 일하는 이 부장님이 회사 근처(이자 집근처)에 괜찮은 삼계탕집에 갔다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차 방문을 해보았다. 이 부장님은 나와 식성이 비슷한 편은 아니지만 입맛이 까다롭기는 나보다 더하신 분이라 심적으로 어느 정도 확신을 갖은 상태였다. 거제에서 꽤 오래 거주하신 조 과장님도 아는 집이라면서 여기 저기 지점도 낸 집이라는 설명을 해준 기억도 났기에 맛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대가삼계탕의 삼계탕은 걸죽한 국물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삼계탕을 주문하면 닭 안에 찹쌀밥이 들어 있을 지언정 국물은 맑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가삼계탕의 삼계탕은 국물까지 찹쌀가루를 풀었는지 걸죽하다. 바디감이 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마치 죽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 마셨다라기 보다는 먹었다라고 해야 할 국물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인삼주를 (비록 작은 병이지만) 병채로 준다는 점이다. 요즘은 안주는 곳도 있다지만, 대체적으로 좀 고급진 삼계탕집에 가면 삼계탕의 잡내를 없애라는 의미로 인삼주 한 잔을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병채로 주는 경우는 또 처음 보았다. 다만, 걸죽한 국물 탓에 인삼주를 삼계탕에 끼얹어 봤다 잘 섞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그냥 대부분 마셔 버렸다. 소주보다 도수가 높은 듯 급격히 알딸딸해진다.

밑반찬으로 닭똥집이 나오는데, 그래서 의도치않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닭똥집을 먹어보았다. 매우 흔한 재료이긴 하지만, 오해를 살만한 이름 때문에 가끔 한 두 번 집어 먹는 정도에 그치곤 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맛을 본 것이다. 튀긴 것은 아니고 살짝 데쳐서 나오는데, 쫄깃쫄깃함이 소라 같은 식감이다. 앞으로도 물론 살코기를 주로 먹겠지만, 가끔 잘 요리된 닭똥집이 등장하면 기피하지 않을 예정이다.

삼계탕은 뼈 발라내기가 귀찮아서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기꺼이 내 돈을 지불하고 사먹은 메뉴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거제도 아주동에는 맛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의 퀄리티라면 한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해서 영양 보충을 할 만하다. 영양이 넘쳐서 배에 쌓이고 있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