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흑진주몽돌해변

언제부터인가 달력에서 한글날에 빨간색이 칠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우여곡절끝에 쉴 수 있었다. 휴일을 맞이하여 학동흑진주몽돌해변과 바람의언덕을 다녀오기로 계획을 짰는데, 너무나 느슨한 계획때문에 바람의언덕은 다음으로 미루고 겨우 학동흑진주몽돌해변만 구경하고 오게 되었다.

시내버스를 이용한 거제 여행은 상당히 정교하게 이뤄져야 이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거제 해변을 여행해본 바로는,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거제 로컬들이 대부분이지, 나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려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배차시간이 너무 길어서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고, 나같이 비교적 장기간 거제에 체류하면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시내버스 시간표까지 계획에 넣는 것은 그리 간단한 선택은 아니다. 대부분 자가용으로 움직인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은 이름만 그럴싸하지 그냥 자갈밭해변에 불과했다. 그리고, 딱히 경치가 좋아 보이지도 않으며, 주변 상권도 딱히 상권이라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의 그냥 어촌마을이다. 왜 유독 여기가 지도에 그럴싸하게 표기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약 30분 안팎의 시간동안 그냥 해변에서 파도소리 좀 듣고 사람들 뛰노는 광경 구경하다 버스타고 올라오고 말았다. 그나마 성과라면 유명한 외도를 멀리서나마 흐릿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정도?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실망했지만, 이번 여행(?) 자체가 그리 실망스럽지는 않았는데, 학동가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경치가 오히려 좋았기 때문이다. 64번이나 64-1번 버스를 타고 거제예술회관에서 해변을 타고 내려오는 14번 국도는 꽤나 매력적인 라인이다. 커브가 심해서 약간의 멀미가 나긴 했지만, 구불구불한 해안가를 구경하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나,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베이 부근을 지날 때가 가장 멋지다. 대명리조트가 자리를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이래서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이 더 즐거운 법이다. 게다가, 14번국도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서 다시 한번 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