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거제도로 내려온 이후, 나의 독서 패턴이 급격히 변할 수 밖에 없었는데, 동네 구립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던 몇 달 전의 호강(?)을 이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꽤 오래전에 구입하거나 대여해 놓았던 리디북스의 클래식 서적들을 읽어 보는 기회로 삼기로 하였다. 그 첫번째가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가 쓴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소설이다.

노년에, 더 정확히 말하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문학계의 한 거장을 기자들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자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예약된 순서에 따라 한 명씩 인터뷰를 하러 들어 오는데, 그 중 마지막 여기자의 차례가 되면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문학계의 거장은 상당히 괴팍하며 여성혐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상대를 이 여기자가 제대로 제압해 버린다. 자기를 괴롭히러 왔다며 기자들을 욕하지만, 속마음은 기자들과 노닥거리고 싶었던 심리를 제대로 꾀뚫어 본 것이다. 그래서, 떠나겠다는 으름장으로 쉽게 제압이 되어 버린다. 피식했다. 그 전에 거장이 기고만장하게 떠들던 여성혐오적 발언들은 마치 여기자의 사이다같은 짜릿함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미리 먹여둔 고구마같은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이 기자와 질문이 오고가면서 이 거장의 충격적인 과거가 밝혀지게 되고, 이 책의 결말은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다. 뭐지? 뭐지? 어? 하다가 실제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져 버리는 그런 느낌이다. 준비할 새도 없이 독자들을 갑자기 낭떠러지로 밀어 버리는 느낌의 결말이다.

처음에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개에 적응을 못하여 당황하였는데, 그 당황스러움에서 벗어날 때쯤 되니 충격을 받고 어안이 벙벙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