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과 외도 보타니아

다들 거제도 하면 외도라는 평가가 많아서 아껴두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지거나 날씨가 안좋으면 못가니 기회될 때 빨리 가보라는 조과장님의 권유로 서둘러 계획을 짜서 다녀오기로 하였다.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라서 뭔가 비장한(?) 마음으로 어긋남이 없이 계획을 짜긴 했지만, 배 시간만 잘 맞추면 딱히 거창한 여행길은 아니다.

서울에서 외도를 보러 온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겠지만, 거제도에 거주하면서 외도를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외도를 가는 방법은 여섯 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외도 유람선 코스 중 하나를 택해서 배삯을 지불하고, 지불할 때 외도 보타니아 입장권을 함께 지불하면 된다. 나같은 경우는 아주동에 거주하고 있으니, 가장 편하게 배를 타는 방법은 장승포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이었으나, 평소에 고속버스를 타도 멀미를 하는 내가 배를 타면 과연 멀미를 피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거리상 다소 불편하더라도 외도와 가장 가까운 루트를 운행하는 구조라유람선 옵션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점심을 먹지 않고 빈 속으로 와서인지 멀미가 나진 않았다.

해금강 선상 감상
해금강은 바다에 있는 금강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외도 여행에 있어 크게 두 가지 불만이 있는데, 첫째는 외도만 가는 유람선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외도와 해금강을 일주하는 코스만이 판매되고 있다. 즉, 외도가는 유람선에 해금강 코스를 끼워팔기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몇 천원 더내고 해금강까지 볼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해금강이 나에게는 그저 깎아지른 듯한 절벽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작 이걸 보려고 배멀비를 참아가며 이렇게 둘러 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조라유람선 터미널에서 외도까지 직행을 하면 10분 내외면 충분하니 배를 타는 시간이 총 20분 정도인데, 해금강까지 갔다 오려니 40분 이상을 타야 한다.

두번째 불만은 외도 보타니아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는 점이다. 외도행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을 선상에서 구경 후 외도 선착장에 내리게 되면, 그때부터 1시간 30분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1시간 30분 후에 탔던 바로 그 배를 타고 다시 처음 배를 탔던 유람선 터미널에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은 어떤 유람선 터미널을 이용하던 마찬가지이다. 만약 1시간 30분을 넘겨서 배를 놓치는 경우 어떻게 처리가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설마 섬에 두고 오지는 않겠지만, 제한시간이 다소 빠듯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도를 바라보며
내도와 그 뒤쪽에 거제도 구조라항 쪽. 외도에서 처음 감탄사를 내밷게 한 뷰

위의 두 가지 불만을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잠시 해금강을 구경한 후 외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 불만들이 마음속을 지배하려고 벼르고 있었으나, 외도 높은 곳을 올라가 탁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 불만은 소멸되어 버렸다.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것이 남해 바다구나! 정말 압도적인 뷰이다. 사진으로 표현이 될 지 안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셔터를 눌러 보기는 하였다.

외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거제도를 바라보며
바다 건너 거제도가 보인다. 저번에 가서 잠시 앉아 있다온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이 보인다.

외도 내부를 잘 꾸며 놓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식물원으로서 엄청난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나 경기에 산다면 그냥 에버랜드에 가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외도의 장점은 바로 섬이라는 것인데, 식물원에서 바다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외도가 수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거제도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섬에서 바다 건너의 거제도 해변가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외도의 진가이다. 멀리 떨어져서 망망대해만 보인다면 지루하지 않겠나.

선착장 가지전
1시간 30분의 제한시간이 다되어 간다. 돌아갈 시간이다.

1시간 30분이라는 제한시간은 부지런히 돌아 다니면 모자라지는 않을 시간이다. 나같은 경우 바다 조망에 초점을 맞춰서 열심히 돌아 다니니 잠시 앉아 있을 시간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식물원 안에서 셀카에 심취해 있다면 1시간 30분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다. 굳이 셀카를 찍겠다면 전망대에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는 사진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외도 내부의 다소 특이해 보이는 식물같은 것들은 다른 식물원 가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도는 가볼만한 곳임에 틀림이 없다. 식물원도 흔하고, 외도에서 즐길 수 있는 바다의 조망은 남해의 많은 섬이나 해변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나, 이들을 한꺼번에 즐기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기 때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