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케이블카

루지를 타고 나니 시간이 꽤 남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가정하여, 5시까지 루지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짰으나, 3번이나 탔음에도 2시가 채 되지 않았고, 마침 통영 케이블카가 근처에 있었기에 (날씨가 흐린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걸어서 케이블카 매표소까지 도달하였다. 통영 케이블카의 공식적인 명칭은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이고, 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중턱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오는 코스이다.

케이블카는 8명 정원인데 8명을 한번에 태워서 올려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래서 크게는 한 그룹, 작게는 두 그룹 정도가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곤 한다. 물론, 단체 관광객의 수가 그 이상이면 나눠서 올라가게 된다. 나같은 경우는 혼자였는데 다른 아저씨 무리와 함께 타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아저씨들이 거하게 한잔씩 걸친 상태여서 밀페된 공간 안에서 술냄새를 맡으며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는...

케이블카의 유리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음에도 펼쳐진 경관이 워낙 훌륭하여 감탄사가 나왔다. 한 10분정도 지났을까, 케이블카가 미륵산 중턱에 도달하였다. 계단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전망대가 나왔다. 그리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의 경관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래서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는구나! 난 나폴리를 안가봐서 나폴리가 얼마나 멋진 곳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륵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는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이미 4주전에 외도를, 2주전에 소매물도를 다녀 왔지만, 미륵산에서 보는 통영 앞바다의 경관이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게다가, 힘들게 등산을 할 필요도 없이 케이블카가 데려다 준다.

다들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셔터를 눌러 보지만, 과연 이 느낌을 다 담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나 또한 카메라를 꺼내 보긴 했지만, 확실히 직접 오랫동안 보고 머릿속에 담아 두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머릿속에 더 잘 기억시키기 위한 보조장치로 사진은 유용하다.

셀피도 좀 남겨 보았다. 가져간 삼각대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무선 셔터를 이용했다. 표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기념으로 한 장 남기고 싶어 여러 장 찍다 보니 그럭저럭 건질만한 사진이 나오긴 했다.

정말 이 엄청난 경관을 두고 내려오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추워서 한 시간 정도 즐기다 내려왔다. 다행히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음주하지 않은 무리들과 함께 하였다. 생각해보니 난 서울에서 태어나 30년도 넘게 살아 오면서 남산 케이블카도 안타봤는데, 여기와서 통영 케이블카를 타보는구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