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해링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키스해링전이 열렸다.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져서 전시 첫날 관람을 하게 되었다.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작품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전시회가 그런 기회가 된 셈이다.

키스 해링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속도일 것이다. 지하철 광고판 등에 퀄리티 있는 낙서를 하다가 유명세를 떨친 키스 해링이기에 그의 그림은 그 속도감을 위해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핵심만을 추구하도록 단순화되어 있다. 그 단순화된 표현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게 되었다. 21세기는 낙서도 예술이 될 수 있는 시기이고, 세상에서 가장 퀄리티 있는 낙서를 하는 사람이 바로 키스헤링인 셈이다.

두꺼운 윤곽선에서는 진지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번뜩임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살고자 하며, 복잡하지 않은 그의 그림은 딱 세상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킨다. 현대 미술도 이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전시장을 나온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빠알간 강아지 그림이다.

단순하고 기발하며 속도감 있는 그의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삶은 거칠었고 때론 저항적이었으며 절박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은 짧지만 빛났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다간 사람이라고나 할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