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Vo Air One

2주에 한번씩 주말에 서울에 왔다 돌아가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거제도에 내려온 지 세 달이 넘었음에도, 다른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격주로 서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거제까지는 고속버스로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멀미를 하기 때문에 책은 결코 읽을 수 없고, 다행스럽게도 영상물 시청은 괜찮아서 주로 노트북이나 아이패드에 영화나 드라마를 넣어 와서 버스에서 보곤 했다.

문제는 구입한 지 4년이 훌쩍 넘은 나의 LG Gram은 이제 배터리가 2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여 영화 한편을 보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구입한지 5년을 넘어 6년째에 다다른 내 아이패드는 배터리가 아직 버틸만 한 반면에 저장용량이 16GB에 불과하다. E-Book 리더로서는 부족함없이 잘 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동영상을 넣으려니 택도 없이 부족한 형편이 된 것이다.

노트북 배터리 교체를 가장 먼저 생각했으나, 교체하더라도 4시간 30분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고, 비용도 꽤 든다. 두번째 옵션은 아이폰/아이패드용 OTG를 구입하는 것인데, 전용앱에서만 실행될 뿐더러 가성비가 별로라며 한목소리로 "비추"를 외치고 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구입을 한 제품이 바로 WeVo Air One 이라는 녀석이다. 출시한 지는 4년정도가 된 것같은데, 내가 모바일 라이프를 그렇게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이런 제품이 출시된 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다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 녀석을 어느 카테고리에 분류해야 할 지를 잘 모르겠다. HDD나 SDD를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외장하드라고 보기도 어렵고, 이것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공유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Air One을 구입한 이유는, WiFi가 내장되어 있고, USB포트와 SD카드 리더기가 내장되어 있어서 Air One에다가 SD카드나 USB 플래시메모리를 꼽은 후에 아이패드를 WiFi로 이 기기와 연결한 후에 이 기기에 꼽혀 있는 SD카드나 USB플래시메모리에 담겨 있는 동영상을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목적 달성을 위해 내가 찾은 가장 저렴한 옵션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목적은 달성했다. 4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버스 안에서 드라마를 넣고 네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터리는 WiFi를 켜놓은 상태로 8시간 정도 버틴다고 하니, 내 목적으로는 충분하다. 혹시, 충전하는 것을 잊어서 왕복을 이 기기로 해야 한다고 해도 가능한 수준이다. SD카드와 USB 플래시 메모리 리딩과 WiFi 연결은 무리없이 잘 수행해 주었다.

다만, OTG를 선택하지 않고 이 기기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FTP 서버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사용하고 있었던 KM플레이어에서 FTP로 접속할 수가 없었다. 그냥 사파리에서 주소를 치고 접속할 때는 성공한 것으로 보아 MK플레이어의 FTP 기능 자체가 온전하지 못한 것같다. 그래서, 결국은 WeVo Air One 자체 앱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아서 영상을 플레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면 그냥 라이트닝용 OTG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뭐, SMB 서버도 지원하니 나중에 MP4가 아닌 영상을 볼 필요가 있을 때는 자체 디코딩이 가능한 유료 동영상 플레이어 앱을 구입해서 보면 될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영상은 MP4 형식으로 올라오는 것같아, 아직까지는 걱정을 안하고 있다.

난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지만, 왠지 그런 걸 보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멀리해 왔는데, 이렇게 뜻밖의 기회가 생겨서 그동안 밀렸던 드라마들을 정주행하고 있다. 보다가 말았던 "김비서가 왜 이럴까"를 얼마전에 완주하였고, 이제는 "미스터 션샤인"을 정주행 하고 있다. 드라마 서너 시리즈 정주행하고 나면 거제도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복귀할 타이밍일 것같다. 그때까지만 고장 안나고 잘 버텨주길...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