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가계부

학생때도 용돈 기입장을 적어왔고,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로는 줄곧 가계부를 작성해 오고 있다. 15년동안 엑셀을 이용해 왔는데 점점 지출 후 바로 기록하는 것이 신경도 덜 쓰이고 시간도 절약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폰용으로 만들어진 앱을 검색하다가 두 가지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두가지가 위플 가계부Weple Money와 편한 가계부Easy Manager였다. 그리고, 결국에 정착하게 된 것은 편한 가계부이다.

내가 가계부를 적는 목적은 월별 지출액을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계부를 적으면서 이번 달에 너무 많은 지출이 있는 듯하면 월말에는 소비를 줄이고, 반대로 이번 달에 소비가 목표치에 미달하면 그 동안 미뤄왔던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탕진잼을 만끽하곤 한다. 물론, 대부분은 소비를 줄이는 경우다.

반대로 수입에 대해서는 따로 기록을 하지 않는다. 기록을 하지 않아도 수입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고 적는다고 수입이 늘어 나거나 줄어들 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원단위까지 차대변을 딱딱 맞추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한달에 몇 천만원씩 쓴다면 모를까, 서민으로서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게 마련이고, 그 한정된 돈 가지고 차대변 맞춰가며 빡빡하게 관리해봐야 시간만 낭비다.

이러한 목적성에 부합하는 간편한 앱을 찾다 보니, 그리고 원하던 UI로 표시가 되는 것을 고려하다 보니, 결국에 편한 가계부로 정착을 하여 2018년 12월부터는 이 앱으로 지출 내역을 기록하고 있다. 위플 가계부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달력 형태 보다는 앞에 날짜만 표기되고 리스트 형식으로 깔끔하게 지출 내역이 표기되는 편한 가계부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었다.

기대하던 기능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싱크인데, 내가 기록한 데이터를 iCloud에 오토백업 해주기는 하지만, 싱크를 맞춰주지는 않는다. 즉, 폰을 초기화 하거나 새로 구입했을 경우, 또는 앱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했을 경우에는 백업본을 불러와서 다시 작성하기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두 가지 기기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예를 들면 평소에는 아이폰으로 쓰다가 자기전에 아이패드로 가계부 내역을 보고 싶은 상황일 경우에는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 싱크가 되어야 하는데, 싱크 기능이 없으니 양쪽 기기에서 서로 백업본을 불러온 후에 기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한가지 더 거슬리는 점을 밝히자면, 일자별로 합산한 가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을 끄고 켤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되면 좋겠다. 일자별로 굳이 합산한 가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기록한 리스트만 보여주고 월별 합산만 보여주면 더 깔끔해지지 않을까 싶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두 가지나 언급했지만, 그 외에는 내가 생각했던 대부분의 기능, 또한 그 기능을 넘어서는 통계 기능 등이 있어서 쏙 마음에 든다. 편한 가계부를 찾지 못했다면, 내가 가계부 사이트를 하나 만들려고까지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기존에 기록하던 배송료나 복수 결제 시나리오 등이 빠져 있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맞춰쓰면 될 것 같다. 또한, 굳이 기존의 데이터와 동일한 형식으로 기록할 생각도 없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월별 소비수준 관리가 목적이고 그 목적성이 크게 훼손될 문제는 아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