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타치즈 샐러드, 봉골레 파스타, 부채살 스테이크 @ATO

대체휴가 사용이 가능하다는 고객사의 전격적인 배려로 연말을 서울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워낙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약속도 못잡고 있다가 혹시 심이누나에게 시간이 되는 날이 있냐고 물어보니 31일에 가능하다고 하여 이렇게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이 분이 이렇게 한가한 분이 아닌데 내가 운이 좋았다.

얼마전에 어느 인친님이 건대후문에 있는 어느 카페의 사진을 멋들어지게 올려 놓아서 언제 한번 가보자고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 며칠 전, 이번에 가보기로 했는데, 저녁을 근처에서 먹으려니 도무지 어디를 가야 할 지 모르겠다. 건대입구는 종종 가지만 건대후문쪽을 가본 적은 또 처음인지라... 검색 후에 몇 가지 옵션을 제시했더니 심이누나가 선택한 곳이 바로 ATO라는 곳이다. 과연 어떻게 읽을까 고민했는데, 메뉴 중에 아토 스테이크라는 것이 있으니 아마도 "아토"라고 읽으면 되나 보다.

우선 누나가 처음부터 고기가 있으니 이곳으로 오자고 했고, 그래서 아토 스테이크를 선택했다. 그리고, 난 오랜만에 파스타가 땡겨 오일 베이스의 봉골레 파스타를 선택, 그리고 추가로 무난해 보이는 리코타치즈 샐러드를 선택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리코타치즈 샐러드인데, 리코타치즈 샐러드 하면 떠오르는 카페 마마스에서 처음 맛본 그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은 맛을 보여주는 메뉴였다. 양도 꽤나 많아서 살짝 당황했지만 꿋꿋이 다 먹었다. 샐러드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절대 살이 안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리... ㅎㅎㅎ

그리고, 봉골레 파스타가 나왔다. 오일 베이스의 파스타는 자극적인 소스에 가려지지 않기에 그 집에서 파스타를 잘 하는 지 못하는 지 확인할 목적으로 선택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생각없이 메뉴판에 사진이 맛있어 보여서 선택했다. 그리고, 다행히 별다른 단점이 보이지 않게 면은 잘 삶아졌고, 조개들도 비교적 신선했다. 간이 살짝 덜 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살짝 들었는데, 오히려 심이 누나 입맛에는 맞았을 수도...

마지막으로 등장한 아토 스테이크, 부채살 부위를 이용하였다. 일반적으로 부채살은 고깃집에서 얇게 썰어서 구워 먹곤 하였는데, 이렇게 두껍게 썰어 내어 촙스테이크 형태로 먹어본 적은 처음이다. 특별히 어느 정도 구워달라고 요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움 정도로 구워져 나왔는데, 맛이나 식감이 괜찮다. 안심보다야 더 맛있겠냐마는 등심과는 견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밑에 깔려 나온 숙주나물과의 조화도 괜찮다. 캐주얼 스테이크집에서 토시살과 숙주나물의 조화를 경험한 바 있는데, 부채살도 크게 다르지 않는 조화로움을 보여 준다. 저렴한 부위라고 무시할 것이 아닌가보다.

음식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샐러드 접시와 스테이크 냄비(?)가 좀 에러였다고나 할까. 레트로 컨셉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그냥 무난한 접시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