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2

ITX PC 조립

이전에 마지막으로 조립한 PC가 2014년 11월이었으니 4년만에 새로운 PC를 조립하게 된 셈이다. 4년전 PC를 조립할 때는 그것이 마지막 PC조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컴퓨터 조립 시장은 용산 전자 상가의 몰락과 동조하여 쪼그라 들었고 노트북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PC 조립 시장은 여전히 나와 같은 너드들을 위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셀텍 E-i7 케이스 셀텍 E-i7 케이스 빨간 잉크로 번지게 써놓으니 호러 영화느낌이... 마데인차이나다! 무섭지? 으흐흐흐

이번에는 과감하게 m-ITX 보드를 선택하여 미니 PC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항상 강력한 CPU 성능보다는 자그마한 예쁜 PC에 대한 욕망이 더 큰 나로서는 이미 m-ITX로 이전을 해야 했지만, 그 욕망보다 더 강렬한 대용량 메모리에 대한 열망 때문에 4뱅크를 지원하는 m-ATX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기존 PC에도 풀뱅크로 8GB 램 4개로 32GB를 채워서 사용했었다. 그런데, DDR4 시대가 도래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16GB 메모리가 사정권안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2 뱅크로도 32GB를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64GB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기는 했지만 우선 자제하고...

조립하기 위해 구입한 부품들을 리스트업 해보면 다음과 같다:
AMD 라이젠3 2200G
ASRock FATAL1TY B450 Gaming-ITX/ac
TeamGroup DDR4 16G PC4-21300 * 2
파이슨 S512 M.2 2280 벌크 (512GB) SSD
셀텍 E-i7 ITX (180W 파워어댑터 포함) Mini-ITX 케이스

내가 AMD CPU를 사용한 것은 거의 6년전이었는데, 당시 조스마라는 닉네임으로 불리우던 CPU였고, 그것도 거의 10년전에 사용했던 레고르 CPU에서 메인보드를 바꾸지 않고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었다. 그 이후 AMD가 기나긴 암흑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갑자기 등장한 리사 수라는 마법사에 의해 빛을 되찾게 되고 다시는 AMD CPU를 쓰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은 라이젠3 2200G를 구입함으로써 깨어져 버렸다. 10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4 Core를 65W TDP로 돌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CPU를 AMD로 사용함에 따라 대세라고 할 수 있는 B450 칩셋을 사용한 보드 중 m-ITX를 고르려니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았다. m-ITX 보드는 일반적인 보드보다 작으면서도 비싼 경향이 있다.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애즈락의 m-ITX가 스펙상 비교적 전원부가 튼튼할 것 같아서 선택하였다.

메모리는 삼성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몇 푼 아껴보고자 이번에도 TeamGroup 브랜드를 선택했다. 이 전에도 이 브랜드의 메모리를 구입해서 그럭저럭 잘 써왔던 경험이 작용하여 16GB 두 개로 32GB를 완성하였다.

SSD는 그냥 집에서 놀고 있는 256GB 짜리가 있긴 했지만, 본가는 몇 주 후에 갈 예정이라 이미 마음을 정해놓은 마당에 기다릴 수가 없었고, 데이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른 256GB 짜리를 밀어 버리고 거기다 설치를 할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너무 귀찮아서 이번 기회에 MVMe M.2 SSD를 사용해 보고자 가성비가 좋은 것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파이슨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S512라는 정체 불명의 벌크 제품이었다. 벤치마크 관련 프로그램을 켜보면 ES 뭐시기라고 나오는 것을 보니 엔지니어링 샘플을 싸게 풀어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컨트롤러 만드는 회사여서 자기 컨트롤러에 최적화 잘 시켜서 출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립하고 벤치마크를 돌려보니 스펙만큼 나오지 않는다. AMD의 칩셋 최적화 문제인지 SSD 본연의 문제인지 발열로 인한 쓰로틀링이 원인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케이스와 파워... DC to DC 파워는 처음이라 케이스 일체형으로 구입했다. m-ITX용으로 나온 헤어라인 처리된 알루미늄 케이스라는 조건으로 만족시키려니 이것 또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았고, 최종적으로 셀텍 i7을 선택했다. 조립을 하고보니 조금 더 작은 케이스를 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이 엄청 남아 돈다.

한 때는 컴퓨터 하드웨어에 정말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던 적도 있지만, 이제 PC 하나 조립하는 것이 왜 이리 귀찮은지, 그래도 요즘은 마더보드에 온보드된 부품들이 많아서 딱히 꼽을 것이 많지는 않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m-ITX PC 조립은 처음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만, 바이오스 세팅을 잘못하여 한 시간 정도 허비했고, 윈도우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설치에서 몇 시간을 써야 했다. 황금같은 퇴근 후의 시간이 이렇게 날아가 버렸다.

AMD CPU를 사용하여 조립해본 시스템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우나 SSD 벤치마크가 좀 거슬리고, 케이스의 경우는 원하던 알루미늄 재질이긴 하지만, 전면부 헤어라인 처리가 다소 거친 감이 있어서 살짝 불만족 스럽다. 게다가 자그마한 m-ITX 보드를 보다가 케이스를 보니 왜 이리 커보이는 지... 가로 * 세로만 보면 노트북보다 작은 수준임에도 이왕 미니PC를 목표로 했던 것을 감안하면, 조금 더 작은 케이스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살짝 후회된다. 덕분에 로우 프로파일 쿨러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차후에 LP용 그래픽카드를 설치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by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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