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14권 『차시환혼』 진무송

차시환혼이란 영혼까지 빌려서라도 뜻을 이룬다는 뜻으로 이번 소설 삼십육계에서는 흉노족이었던 유연이 딱히 연도 없는 한나라의 유씨 왕조를 다시 일으킨다라는 명분으로 사마씨의 진나라를 코너로 몰아 넣고 한나라를 세워 오호십육국 시대를 열었던 이야기가 등장한다. 흉노가 지배세력이 되는 것은 백성들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았기에 유씨의 한왕조를 되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후에 나라가 안정을 되찾자, 한나라는 조나라로 이름을 바꾼다.

삼국시대가 유씨, 조씨, 손씨들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 천하통일은 어부지리로 사마씨의 진나라가 차지하며 끝났고, 얼마 가지 않아 사마씨들의 자멸로 공백이 생긴 틈을 흉노 사람인 유연이 차지하는 과정은 꽤나 아슬아슬하다. 여전히 진나라는 수백만대군을 가지고 있었고, 수십만에 불과한 흉노들의 군대를 규합하더라고 힘겨운 싸움이었는데, 그래서 서로를 반목시켜 그들의 세력이 약해질 때까지 아슬아슬한 인내의 시간을 갖는 유연의 대응은 꽤나 존경할 만 했다. 어떻게 이런 긴 시간 조바심을 내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

중국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은연중에 한족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번 삼십육계의 차시환혼 이야기를 읽을 때는 흉노족인 유연에게 감정 이입이 되었다. 아마도 난 삼국시대의 치열한 전쟁의 결실을 사마씨의 진나라가 가져간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왔고, 자연스레 진나라를 망하게한 유연을 응원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차시환혼의 계는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좀 더 광역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대권 도전을 하면서 특정 세력과 손을 잡아 명분을 빌려 쓰는 경우가 차시환혼의 예가 아닐까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