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스테이크 with 베이컨 @콘티키

종종 들르는 옥포쪽에 봐두었던 스테이크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콘티키Kon Ti Ki, 서울 올라가는 길인데 버스시간이 많이 남아서 저녁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이곳을 눈여겨 본 것은 안심스테이크를 주력으로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난 스테이크를 먹을 때 씹는 맛을 즐기는 등심보다는 부드럽게 넘어 가는 안심 부위를 좋아하는데, 대체적으로 안심부위를 팔지 않거나 아주 비싸게 받는 집이 많기에 평소에 안심을 잘 경험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안심스테이크 메뉴를 외부에서도 보이게 걸어 두었으니...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 서니 예상했던 바와 같이 꽤 엔티크한 분위기로 내부를 갖추어 놓았다. 손님이 아무도 없다. 내가 첫손님인 듯하다. 이럴 경우 평소같으면 맛없는 집을 온것인가 긴장을 하게 마련인데 오랜만에 안심스테이크를 먹는다는 생각에 그저 들떠 있었다.

메뉴를 보니 꽤 다양한 안심스테이크의 베리에이션을 준비해 놓았는데, 내가 선택한 메뉴가 바로 베이컨을 겯들인 안심스테이크이다.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주문을 받는데 뭔가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가니쉬로 들어가는 감자의 조리 방법이 여러 가지 옵션이 있어서 물어 보았는데 그라탕에 대한 설명을 어려워 하더라는... 눈치로 때려 맞춰서 Gratin이 그라탕임을 알고 이 옵션을 선택했고, 소스는 레드와인 베이스, 그리고 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구워달라고 부탁하였다. 평소에 안심부위의 경우에는 미디엄으로 구워달라고 하는데, 점점 날고기쪽으로 취향이 변해가는 듯하다.

처음 나온 것은 식전빵이었다. 버터도 함께 주었는데 상당히 딱딱한 상태라 발라 먹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냥 칼로 조각을 파내어 빵에 얹어서 먹었다.

빵을 다 먹고 잠시 기다리니 샐러드가 등장, 샐러드만으로 메뉴를 만들어서 파는 곳도 많지만, 그런 수준의 샐러드는 아니고, 그냥 무난하게 겯들임 수준의 샐러드였다. 드레싱을 취향따라 골라서 하라는 듯 드레싱 소스를 두 가지 준다. 난 오리엔탈소스 쪽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메인인 안심스테이크가 등장, 요청한대로 레드와인 베이스의 소스는 고기에 드레싱되지 않고 따로 그릇에 담겨져 서빙되었다. 한국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소스라고 하여 혹시 입에 안맞으면 그냥 먹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입에 맞아서 고기를 잘라 듬북 찍어서 먹었다. (스테이크도 찍먹 취향인가...) 단면을 잘라보니 평소에 보던 안심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 이와 상관없이 맛은 꽤 괜찮다. 안심이 맛없기가 힘들다. 고기가 레어에 가까운 미디엄레어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더욱 부드러웠다.

감자 위에 치즈를 그라탕 방식으로 올려 놓은 가니쉬를 비롯하여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방울 토마토 모두 맛있게 먹어 치웠다. 최근에 이렇게 맛있게 식사를 했던 적이 있나 싶다. 다만, 베이컨은 이미 고퀄의 안심스테이크를 경험한 후에 먹어서인지 기대 이하였다. 다음에 베이컨이 겯들어진 안심스테이크를 선택할 때는 베이컨을 먼저 먹어야겠다.

나갈 때 즈음 외국인 손님이 한 사람 들어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내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안심스테이크가 생각나면 종종 방문해야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