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타 : 배틀 엔젤

현실적이지 않은 큰 눈, 외소한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파워, 초콜릿을 맛보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천진난만함, 알리타는 정말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사이보그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예고편이 등장하면서 꼭 봐야할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 놓았고, 개봉하자마자 극장을 찾았다.

로봇이 너무 사람과 닮으면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학설이 있던데, 알리타는 그 경계선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큰 눈을 가졌고, 로봇의 신체를 드러내고 있으며, 엄밀히 말하자면 로봇이 아니고 사이보그이기도 하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을 하기에 큰 장애물이 없는 셈이다. 좀 지나간 영화지만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아바타와 비교하면 좀 더 인간의 모습에 근접한 생명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경계선이라는 것이 조금씩 조금씩 인간에게 가까워져 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의 장점 중 하나는 CG 캐릭터인 알리타와 실사가 이질감없이 한공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물들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사람과 유사한 알리타 수준의 캐릭터를 이렇게 실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볼거리가 많은 영화이긴 하지만, 자주 다뤄져온 소재라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부자들이 첨단 과학의 힘을 빌어 만든 인공적인 구조물 위에서 유토피아적인 삶을 살아가고, 그 외의 사람들은 처참해진 지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연명하는 구도는 예전에 영화 엘리시움에서도 보여준 바 있다. 상류층들의 세상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주인공의 성향마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소재가 진부하다고 외면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영화다. 알리타에서 등장하는 모터볼이라는 스포츠는 레이싱인 듯 레슬링인 듯 혼란스럽기까지한 것이 마치 분노의 질주 22세기 버전을 보는 듯하며, 이를 필두로한 알리타의 빠르고 날렵한 액션은 왠만한 무협영화 못지 않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