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WI-SP600N

얼마전 소니 WH-H900N 헤드폰을 구입했는데, 사은품으로 소니의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두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약간 비공식적인 경로로 구매를 한 것이어서 이벤트까지 유효한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는데 태윤씨의 도움을 받아 소니 정품등록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두 가지 중에서 그럭저럭 검증이 되었다고 하는 WI-SP600N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은품 신청도 며칠 딜레이가 있었고, 오는데도 조금 걸렸으며 도착한 후에도 언박싱을 하는데 또 며칠이 걸리다 보니 이제서야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 이어폰을 그리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 상황이다. 하나는 전시회장에서 오디오가이드를 들을 때, 그리고 지하철에서 잡상인이나 광신도들이 불쾌한 소음을 유발할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WI-SP600N의 성능을 다른 이어폰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거의 3주동안 내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WH-H900N과 비교를 해야 한다. WI-SP600N에게는 상당히 잔인한 일이다.
우선 음질의 경우 여성 보컬의 음색이 잘 전달되는 듯하여 만족스러운 반면 Extra Bass 라는 포장의 홍보문구가 무색하게 저음에 대한 느낌이 거의 없는 편이다. 마치 스피커 세팅에서 Treble은 엄청 올리고 Bass는 엄청 낮춘 느낌이 난다. 역시 헤드폰과의 비교라 더 냉정한 것일 수도 있다. 이어폰에서 기대되는 Extra Bass가 어느 정도인 지 잘 모르겠다. 다만, 최근에 내가 듣는 곡들의 75% 이상이 박정현 노래이기 때문에 이러한 성향이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이 녀석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만, 헤드폰과 비교하기에는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라 굳이 노이즈캔슬링 기능 때문에 WI-SP600N을 구입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WI-SP600N 뿐만 아니라 이어폰이라는 한계때문에 헤드폰같은 드라마틱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녀석을 착용한 상태에서 로봇청소기를 돌려 보았는데,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끄면 기저효과가 작용하여 청소기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이어폰에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착용감은 조금 어색함이 느껴지는 정도이다. 이런 형태의 이어폰을 인이어 타입이라고 하던가! 난 이런 스타일의 이어폰을 이번에 처음 사용해 봐서인지 여전히 어색함이 느껴진다. 팁을 크기 별로 제공하지만, 그런 것을 바꿔가며 테스트할 만한 열정은 없어서 그냥 처음 세팅되어 있는 M 사이즈를 사용할 예정이다.
커다란 헤드폰을 항상 가지고 다닐 수는 없지만, 기존에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 번들 이어폰 대신 이 녀석을 휴대하고 다닐 예정이다. 전시회에서 오디오가이드 들을 때 사용하면 정말 편할 것같다. 전시회에서 표를 받아서 입장을 하면서 이어폰을 꺼내 엉켜 있는 줄을 풀어 폰에 꼽는 번거로운 절차 중 상당 부분이 생략될 것이니 당연하다. 아이폰과의 블루투스 궁합은 꽤나 훌륭하다. 한 번 연결 된 적이 있는 상태라면 이어폰의 파워를 켜자마자 아이폰과 바로 연결된다.
조금 얼떨떨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5만원 수준의 헤드폰으로 만족을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30만원이 넘는 노이즈캔슬링 블루투스 헤드폰을 가지고 있고, 10만원이 훌쩍 넘는 이어폰도 보유하게 되었다. 서울에 있었으면 이 녀석을 중고로 팔아 버릴 것이지만, 거제에 내려와 있는 상황이라 중고거래는 직거래만 하는 내 성향상 난관이 예상되어 그냥 사용할 예정이다. 객지에 내려와 고생하고 있는 상황이 청각적 사치를 용인하는 쪽으로 소비 심리를 변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