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저자인 한승태씨는 『고기로 태어나서』를 쓰기 위해 닭 농장, 돼지 농장, 개 농장에 취직을 하여 각 농장에서 일어 나는 일들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즉, 『고기로 태어나서』는 현장 르포와 같은 기록인 셈이다. 아마도 한승태씨의 책을 읽는 독자들의 90% 이상은 이런 체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90%에 속하는 일원의 한 사람으로서, 난 이 책을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에 옮겼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크게 닭, 돼지, 개 세 파트로 나뉘어 진다. 소는 왜 빠졌는 지 의아하긴 한데, 아마도 소는 비교적 청결한 상태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경험했던 닭, 돼지, 개에 비해서는 쓸 거리가 별로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달걀을 만드는 닭의 품종과 고기로 사용될 닭의 품종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고기로 사용될 닭 또한 달걀을 생산할 수 있으나, 효율성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달걀을 얻기 위한 닭이 고기로 판매되거나 그 반대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숫병아리들은 그 날개를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불량 달걀들과 함께 기계로 갈려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냥 이 숫병아리들을 키워서 고기로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즉, 사료를 먹는 양에 비해 얼마나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농장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산란계 품종의 숫병아리를 키워봤자 사료값도 건지기 힘들다.

저자가 취직을 했던 육계 닭 농장의 사장을 통해서 닭 농장의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30억을 투자해서 한달에 2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년단위로 치면 2억 4천이니 ROI가 8% 정도 나오는 수익 산업인 셈이다. 이 중 절반인 15억을 대출로 받는다면 ROE가 15% 이상 나오는 꽤나 훌륭한 수익모델인 셈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사장은 꽤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순위급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닭 농장들이 이런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료값 대비 고기값이라는 공식에 의해서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라, 사료값을 얼마나 아끼고 고기값을 얼마나 더 받는 지가 닭 농장 비지니스의 핵심이며, 닭의 복지와 행복은 ROI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먹는 닭들은 좁디 좁은 케이지에서 고작 한달이라는 계생을 살다 고기가 될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많이 움직인 닭들은 질겨서 맛이 없기 때문에, 과연 닭을 사랑하는 5천만 국민들이 치킨의 맛과 닭의 행복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지 또한 의문이다.

돼지의 이야기는 8할이 똥치우는 이야기라 그리 인상깊지는 않았다. 돼지 비지니스 또한 닭과 마찬가지로 사료대비 고기값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돼지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고기가 되기 위해 생존해야 하며, 그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저자와 같이 농장에 갓 취직한 사람이 하는 일은 돼지 똥을 치우는 일과 상품성이 떨어지는 돼지들을 걸러 내는 일을 맡게 되는데, 걸러 낸다는 뜻은 돼지를 죽여서 제거한다는 뜻이다. 보통 물리적인 힘으로 명을 끊어 놓는 방법을 쓰는데, 돼지가 한 방 맞아서 즉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죽어 가는 과정은 차마 내가 글로 다시 옮기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개 농장의 이야기는 좀 마음이 아프다. 이는 내가 개를 고기나 가축보다는 애완동물로 인식하며 살아온 면이 있기 때문이며, 저자 또한 그래서 상당히 심리적인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면서 저자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여 개들이 말을 안들을 때면 개들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는데, 지나고 나서 이 사실에 대해서 큰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마리의 개에게는 연민을 느끼는 것이 자연적이지만, 수십마리, 수백마리의 개들을 통제해야 하는 것이 일이 되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나약한 인간일 수록 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 농장은 일반적으로 사업에 실패해서 자본도 없고 재기는 해야 할 때 시작하는 비지니스로, 자본금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돼지나 닭을 키우는 것보다 천하다는 인식을 갖기 때문에 개를 키우다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닭이나 돼지로 업종 변경을 한다고 한다. 또한, 요즘은 개를 잘 안먹는 분위기라 과연 식용개 비지니스가 얼마 동안 유지될 지 업종 종사자들 또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개 파트를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닭이나 돼지들이 사료를 먹는 것에 반해, 개들은 사료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산다는 사실이었다. 얼핏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동물들이 먹으니 닭 뼈같은 것을 넣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였는데, 당시에는 그냥 흘려 들었던 것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알게 되니 좀 충격적이다. 자연스럽게, 개 농장은 짬 비지니스와 연결이 되어 있는데, 짬 사업을 하려면 짬을 해결할 동물만큼만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짬 비지니스와 개 농장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과연 개를 못키우게 하면 그 많은 음식물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며 그래서 개 농장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집에서 좋은 사료를 먹고 털관리 까지 받으며 사는 애완견들의 견생과 식용개로 태어나 개 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결국은 고기로 변하는 견생은 참으로 다르다.

개 농장은 물론이고, 닭 농장이나 돼지 농장 또한 꽤나 열악하기 때문에, 이런 농장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더 이상 찾아 보기 어려운 실정이며, 그래서 그 자리를 조선족이나 동남아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평소에 난 항상 위를 쳐다보며 올라가려는 욕구를 채우기 바쁜 인간이지만,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이 그리 바닥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인간의 인생은 어느 국가에서 태어나는 가와 어느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가에 따라 이미 75% 이상이 결정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생각난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겠다거나 고기를 당분간이라도 먹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식성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난 책을 읽는 중에도, 책을 읽고 나서도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아무런 죄책감없이 맛있게 먹고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