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그리고 ...

이번 부산여행의 마지막 스팟은 광안리로 정했다. 특별히 광안리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마지막으로 정한 것은 아니고, 여행 루트상, 그리고 예약한 셔틀버스 시간 상 광안리를 마지막으로 잡는 것이 적절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광안리를 마지막에 들르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결정은 아니었다.

광안리는 뭐랄까, 여행지라기 보단 동네 사람들의 산책코스 느낌이다. 해운대는 해변을 둘러싼 고층 빌딩들이 다소간의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면, 광안리는 그저 세월의 흐름이 멈춰져 있는 허름한 바닷가 마을과 도시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해운대는 외지인들이나 가는 곳이고 부산사람들은 광안리를 더 즐긴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해운대로 대동단결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동네 사람들의 산책코스같은 느낌때문인지 소풍나온 듯 돗자리를 깔고 광안리 해변의 호젓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였는데, 뭔가 라탄재질의 소풍바구니에 고봉민김밥인에서 산 참치김밥을 몇 줄 담아 돗자리를 깔고 바닷가로 소풍나온 느낌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들지만 부산에 적이 있지 않는 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래는 광안리 바닷가가 잘 보이는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여유로움을 만끽하다 차시간에 맞춰 사상역으로 가는 계획을 짰었는데,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내가 원하는 그런 카페의 그런 좌석은 이미 만석이라 그냥 포기하고, 광안리 바닷가 근처의 벤치에서 광안리 앞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 계획보다 일찍 자리를 떴다.

부산 1박2일 여행을 마치며

이번 부산여행의 주 목적은 더베이101의 야경을 만끽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 1박2일 코스로 잡았으며, 실제로 더베이101의 야경을 즐겼기에 목표를 달성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비자발적으로 일찍 일어난 덕에 옵션으로 들어 있었던 해동용궁사까지 다녀 왔으니 꽤나 만족스러운 여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꽤나 오랜만에 1박을 하는 여행을 하는데 준비성이 부족하여 여러 모로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반성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당일치기 여행과 비교하여 1박 2일 여행은 세면도구 등의 준비물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 다시 1박 2일 코스의 여행을 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철저히 준비해서 좀 더 세련된 여행을 즐기기로 다짐했다.

원래는 거제를 떠나는 6월 말까지 격주로 부산에 오려고 했지만, 이번 1박2일 코스로 왠만한 곳은 다 둘러 보았고, 남았다면 금련산 정도가 남아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나 계기가 있지 않다면 주말 부산여행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마치기로 하였다. 확실히, 난 도시의 번잡함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북적이고 활기찬 부산의 분위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