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5

『나를 데리고 떠났다』 황지연

평소 여행 에세이를 그리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거의 안읽는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여행 작가인 지인이 여행 에세이를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다. 다만, 읽고 나서 별로면 그냥 책 리뷰는 안쓰려고 했다. 차마 지인이 쓴 책에 악평을 달만큼 냉정하기는 힘들듯 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는 것은 악평을 달지 않을 만큼은 재미있게 읽었다는 뜻이다.

제목은 『나를 데리고 떠났다』지만 책의 내용은 '나' 보다 가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과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이라니. 가족 여행으로 2박3일 정도 가능한 제주도나 조금 무리해서 3박4일 동남아 휴양지를 가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이렇게 멀리 가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아 살짝 놀랍기도 하고 그 고난이 예상되기도 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의 결말(?)은 꽤 따스하다.

저자는 가족과 함께하는 이 여행을 "의전여행"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평소 여행 에세이를 잘 읽지 않아 의전여행이라는 표현이 자주 통용되는 용어인지 아니면 저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단어를 처음 접하고 나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책에서 의전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노골적으로 알려주려고 하지는 않지만, 슬쩍슬쩍 문장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팁같은 것들을 모아 놓으면 언젠가 내가 의전여행을 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도움이 될 것같다. 적어도 혼자 여행할 때같이 무작정 지칠 때까지 걷는 루트를 마련한다거나 하는 거친 일정을 짜서는 안된다는 것은 인지할 수 있었다.

유럽을 두 번이나 방문했으면서 이탈리아를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이탈리아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덧붙여지거나 반대로 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또한, 이탈리아 여행 팁같은 것도 얻게 되었는데, 가장 독특했던 정보를 꼽자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다닐 필요 없이 호텔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체크인을 하고 나서 여행을 하니 캐리어를 들고 다닐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면 이탈리아의 배달맨을 기억해 내야 겠다.

기념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평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기념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거두게 해주었는데, 저자는 기념품을 그 여행의 기억과 추억을 담아내고 필요할 때 소환해주는 유용한 도구로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 기념품이 그저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만들어낸 조잡한 중국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언제 어디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구매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경험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음에 어딘가를 여행할 때는 기념품을 구매하여 기억을 소환하는 도구로 사용하리라!

의전으로 시작했던 여행, 즉, 부모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저자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가족애를 듬뿍 느끼며 그 보답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특히, 서먹했던 아빠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과정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모든 가족여행이 이렇게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나를 데리고 떠났다』를 읽으며 그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by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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