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임명묵

역사적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항상 위협적인 나라였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근대사나 현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혜택을 크게 본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국은 위협이 되면서도 도움이 되는 나라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그저 위협만 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사드 이슈 이후부터인 듯하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할 기세로 강하게 받아 치는 인상을 주면서 더욱 중국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은 공산당이 중국 정치를 장악한 이후 등소평의 중국부터 후진타오의 중국을 거쳐 시진핑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까지를 꽤 간략하게 요약해 놓았다. 그래서, 속성으로 중국의 공산당 권력을 이해하기 위해 유용한 책이다.

후진타오 시대만 하더라도 주석의 권력이 이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았다. 중국 공산당 핵심 인물들이 협의체 형식의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주석이 약간 더 목소리를 내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현재 시진핑의 시대에 와서는 주석이 사실상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이것이 시진핑의 정치력과 야망에 의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지금의 상태가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경제성장률이라는 단순한 목표를 두고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중국 인민들의 행복을 다방면으로 챙겨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1인 독재체제가 이런 일을 하는데 더 유리한가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이 책의 결론은 중국의 현실이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도광양회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때를 기다리며 은밀히 칼을 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은 칼을 제대로 다 갈았다고 생각했는지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가장 적합한 예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미국의 압박에도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매우 당당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확실히 중국은 달라졌다. 그래서 더 무섭다.

역사적으로 헤게모니가 바뀔 때에는 늘 전쟁이 있었다. 그래서, 과연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패권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가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넘어야할 가장 큰 고비가 아닐까 싶은데, 인류는 점점 전쟁보다는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그러한 관성이 지속될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겠으나 과연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긴 한건지 의문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언급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예측을 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내가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을 읽고 알게된 사실은 시진핑의 권력 집중화가 시진핑 개인의 역량과 야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 한 가지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기에 이 정도만 얻어도 만족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