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가 계속되고 있다. 정글북, 미녀와야수,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하여, 덤보와 알라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다음은 라이온킹이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 버전의 라이온킹을 보았는지 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극장을 찾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현실같은 컴퓨터그래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지금 라이온킹을 보러 온 것인지 BBC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지 구별이 안갈 정도였다. 그저 이 동물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만이 이것을 구별해주는 요소였다. 정글북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디즈니의 작품을 보게 되면 애니메이션이든 실사화된 작품이든 그다지 감동을 받거나 하지는 않게 되더라. 아무래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해 놓기도 했고, 억지로 교훈을 주려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이런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나, 최근에는 페미니즘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많아 페미니스트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라이온킹의 경우 그러한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다. 사실 이거 심바는 뒤로 밀리고 넬라가 퀸이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닌가라는 우려(?)가 다소간 있었는데,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들 세계는 어떨지 몰라도 사자들 세계에서는 역시 물리적 힘의 우위를 어찌하지는 못하는 설정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사자가 영양을 잡아 먹어야 하는 자연의 섭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고민했던 것같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는 밸런스라는 말로 뭉개기다. 거기까진 이해를 하겠는데, 심바가 도망쳐서 티몬 & 품바 무리들과 살아가는 동안에는 영양 안잡아 먹고 애벌레들이나 잡아 먹는다는 설정은 좀 어이가 없었다. 애벌래가 훌륭한 영양분이 된다는 것은 맞지만 애벌레나 잡아 먹는 사자는 참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고도 힘 꽤나 쓰는 것을 보니 애벌레에 단백질이 정말 풍부한가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