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로 세미나 @교보증권

2000년대 초반에 명성을 날리며 업계에서는 전설이 된 윤강로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분은 트레이딩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기도 하고 그 부를 날리기도 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계신 분이다.

파생인의쉼터를 통해 신청을 하여 앞자리에 앉을 기회가 있었다가 너무 강연시간 빠듯하게 도착하여 그 자리를 놓칠 위기를 직면했지만 걷기사랑님의 배려로 비교적 괜찮은 자리에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여유있게 도착하면 좋으련만 늘 빠듯하게 도착하거나 좀 늦거나 한다. 고치기 참 어렵다.

전반적으로 체계적으로 잘 준비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강연이었다. 하지만, 강연자의 오랜 연륜과 수많은 트레이딩 경험을 바탕으로한 즉흥적 전달은 청자 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미 트레이딩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장본인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하던 무게감이 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트레이딩 중독이라 지키기 어렵다면서도 자금 관리를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난 트레이딩 중독은 아니라 오히려 포지션이 있을 때보다 포지션이 없을 때 잠을 더 잘자는 편인데, 오버 트레이딩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추세추종이나 평균회귀, 스윙트레이딩이나 데이트레이딩 등 모든 전략을 아우르는 범위에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나중에는 적어 놓은 것이 데이트레이딩 전략용인지 스윙트레이딩 전략용인지 햇갈릴 정도였다. 다시 곱씹어 보고 집에 가서 백테스트를 해봐야 겠다.

개인적으로는 데이트레이딩 시 분봉을 주로 이용했으나, 윤회장님은 그렇게 하면 휩소를 피할 수 없다면서 강력하게 틱차트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였다. 나 또한 틱차트를 보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이 어색하게 느껴져서 포기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틱차트에 익숙해지도록 노력을 해보아야겠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부를 이뤘던 사람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기술적 지표에 대해서 평소에 잘 쓰지 않던 MACD나 ATR을 놓고 이야기를 해서 약간 어리둥절했다. MACD는 꽤 보편적인 지표라 그렇다 치고, ATR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나를 대신해 걷기사랑님이 질문을 했다가 공부 더하라며 꾸사리를 먹는 바람에 나 또한 뜨끔했다. 집에 가서 찾아 보니 예전에 공부했지만 어찌 써야 할 지 몰라 그냥 지나쳤던 수많은 지표 중 하나였다. 또한, 난 스윙트레이딩 시에 Stochastic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실레이터 성향의 지표를 부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다시 전략을 짜야 하나 고민거리가 생겼다. 가치성장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각자 자기가 쓰는 지표를 잘 쓰면 되지, 굳이 따라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셔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투자/트레이딩 세미나에서 뭔가 트레이딩의 힌트나 정보 등을 얻어 가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이번 세미나는 꽤 유익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자금관리의 중요성, 즉, 오버트레이딩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마음에 꽂히는 것은 전략적 힌트다. 난 무엇을 하던 방어보다 공격을 좋아하기 때문에 성향상 그럴 수 밖에 없다. 이 바닥에 10년 넘게 있어도 돈을 못버는 것은 역시 자금 관리의 중요성을 애써 무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