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한 때 기욤 뮈소의 굉장한 팬으로서 그의 작품들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계속 비슷한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텀을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공백기가 10년이 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 10년만에 다시 기욤 뮈소의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아가씨와 밤』이다.

내가 기억하던 기욤 뮈소의 작품들은 유령이 등장한다거나 의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아가씨와 밤』에서는 그런 설정이 없다. 게다가 범죄 소설 같은 느낌인데 경찰이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매우 독특한 설정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토마가 사건을 벌인 그의 학창시절과 현재를 오고가며 진행된다. 그가 짝사랑하던 빙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그 사건이 갑자기 들춰지게 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이 반전에 반전을 일으킨다. 초반부에서는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웠는데 중반을 넘어 가면서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 간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코트다쥐르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년 전, 프랑스를 여행할 때 파리나 파리 근교의 도시들은 돌아다녀 보았지만 지방까지는 발걸음을 하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서 묘사하는 코트다쥐르의 모습이 뭔가 아늑하면서도 시골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여러 명이 죽어 나가는 장소임에도 아늑함을 느끼다니...

기욤 뮈소의 작품 속에는 촌철살인같은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번 『아가씨와 밤』에서 가장 임팩트있게 다가온 표현은 "아름다움이란 부서지기 쉬운 권력"이었다. 아름다움에 대해 평소 생각하고 있던 의미가 정말 잘 표현되어 져서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