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모멘텀 투자 기법』 웨슬리 그레이, 잭 보겔

『퀀트 모멘텀 투자 기법』은 제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정량적인 분석법을 활용하여 모멘텀 투자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모멘텀 투자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 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퀀트 모멘텀 투자 기법』를 읽기 전 내가 이해하고 있던 모멘텀 투자라는 것은 이벤트가 발생하여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면 그것을 따라가서 수익을 얻고 빠지는 전략이었다. 예를 들면 테마주 따라잡기라던지, 상한가 따라잡기같은 방법론을 모멘텀 투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모멘텀 투자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정량적 모멘텀 분석법은 일정 기간동안 기업의 순익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고, 이를 이용하여 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가진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투자 방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일정 기간은 단기적으로는 1개월, 중기적으로는 12개월, 장기적으로는 5년인데, 이 중 12개월 방법론을 가장 추천하고 있다.

12개월동안 월별 순이익 변화폭을 측정하여 월별로 1 + 변화율 값을 만든 뒤 모든 월별 데이터를 곱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이 12개월동안 매달 2%씩 순이익이 상승했다면, (1 + 0.02) * (1 + 0.02) * ... * (1 + 0.02)를 계산 후 1을 빼주면 약 26.82%가 나온다. 이렇게 모든 기업을 조사해서 이 수치가 가장 높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즉, 모멘텀 투자 기법은 기술적 분석은 확실히 아니고, 기본적 분석을 베이스로 하긴 하지만 가치투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가치투자라 함은 기업의 가치를 측정 후, 주가가 안전마진을 제외해도 저렴하다고 판단하면 매수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모멘텀 투자는 주가와 기업의 가치를 비교하지는 않는다. 그저 순이익이 상승하는 힘을 중요시 한다.

기술적 분석은 아예 모멘텀 투자와 결이 다르니 논외로 하고, 그렇다면 모멘텀 투자가 가치 투자보다 우월한 전략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저자들의 답변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가치 투자의 고통스러움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가치투자라는 것은 정말 장기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때로는 그 인내심이 5년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과연 그만큼 오래 기다릴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난 그 기다림에 지쳐 가치 투자를 포기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가치투자의 어려움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난 비교적 성격이 급한 편이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며, 투자를 하며 고통받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차티스트이다. 그런데, 저자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정량적 모멘텀 투자이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러한 기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였더니 일반적인 액티브 펀드들 보다 수익이 좋았으며 주가 지수 평균보다도 성과가 더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난 이 전략을 국내 주식에 적용하기에 두 가지 문제가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째로 저자가 테스트한 시장은 미국 주식 시장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적용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KOSPI나 KOSDAQ에서도 이 전략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과연 월별 순이익의 데이터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은 상장된 기업에게 분기별로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분기별 지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분기별 지표를 이용해도 이러한 방법이 통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위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작지만 유용한 팁을 얻었는데, 윈도우드레싱 효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펀드매니저들이 성과보고를 하는 달에는 뭔가 약간의 무리수를 두어 펀드의 성과가 돋보이기 위한 인위적인 주가 끌어 올림이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3, 6, 9, 12월에는 평소보다 성과가 더 좋다고 한다. 나 또한 국내에서 이러한 윈도우드레싱 효과를 인지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 효과를 내 수익으로 전환했는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고 말하기가 좀 애매한 수준이다. 실제한다는 것이 확실해 졌으니, 지수 선물을 트레이딩할 때 적용해 볼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