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혁명』 남기선

제목은 『식사혁명』이지만, 마케팅 측면을 배제하고 내용만 고려한다면 이 책의 제목은 아마도 고기혁명이나 단백질혁명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은 고기와 고기를 대체할 단백질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글도 단백질에 초점을 맞춰서 정리하려고 한다.

단백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고기가 아닐까? 그런데, 『식사혁명』을 읽고 나면 고기 말고도 다양한 음식이 단백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 책을 읽고 단백질하면 콩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없을 테지만.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고기와 콩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묻는다면 난 당연히 고기를 선택하겠지만, 그렇다고 콩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낭콩이나 완두콩과 같이 부드러운 식감의 콩 종류는 좋아한다. 뿐만 아니라 콩으로 만든 두부나 된장 등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콩이나 두부 등의 식물성 단백질로는 근육을 만들 수도 없고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도 없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늘 필수 아미노산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검색해서 알아낸 바로는 필수 아미노산이란 우리 몸에서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아미노산이라는 사실 정도 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세상에는 5만에서 10만종의 단백질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런 단백질을 모두 찾아 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즉, 내가 궁금했던 것은 필수 아미노산이 무엇이며 어떤 음식을 섭취하면 이 필수 아미노산의 결핍을 막을 수 있는가였고, 『식사혁명』은 그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필수 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s란 영양학에서 우리 몸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담백질과 합성 가능한 담백질을 구분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개념인데, 당연히 만들어낼 수 없는 단백질들을 의미한다. 이 단백질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발린Valine
트레오닌Threonine
메티오닌Methionine
트립토판Tryptophan
히스티딘Histidine
루이신Leucine
이소루이신Isoleucine
리신Lysine
(아르기닌Arginine)

물론, 실질적으로는 필요한 정보는 이들 필수 아미노산의 종류가 아니라 이 아미노산들이 어떤 음식에 충분히 들어 있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단백질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음식은 달걀과 우유이다. 요즘엔 이런 말을 잘 안쓰지만 예전에는 달걀과 우유를 일컬어 "완전단백질"이라고 부르던 기억이 있는데, 맞은 표현인 셈이다.

음식에 함유된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Protein Digestibility Corrected Amino Acid Score'라는 것인데 굳이 해석하자면 '소화율을 고려한 아미노산가'가 된다. 이 계산법으로 하면 우유에 들어 있는 카제인 단백질과 달걀 흰자가 완벽함을 의미하는 1.00이고, 그 다음으로는 쇠고기가 0.92, 콩이 0.91이다. 즉, 우유와 달걀은 단백질의 질과 양에서 탁월한 음식이며 쇠고기를 능가할 정도이다. 그리고, 콩은 쇠고기에 버금가는 좋은 음식인 셈이다.

그럼 과연 얼마나 먹어야 할까? 그 해답도 이 책에 나와 있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kg 당 0.9g 정도가 권장된다고 한다. 몸무게 70kg인 성인 남성의 경우 60g 안팎의 담백질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같은 방식으로 55kg인 여성의 경우 약 50g 정도일 것이다. 그럼 고기로 배를 채운다면 얼마나 먹으면 된다는 뜻일까? 100g의 고기에는 100g이 다 단백질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물이고 부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백질은 20g 정도가 들어 있다고 한다. 즉, 300g 정도의 고기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다 해결이 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 다른 음식도 먹으니 이렇게 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담백질 음식으로 알려진 고기나 콩 및 콩에서 파생된 식품 이외에도 탄수화물 식품으로 알려진 밀이나 쌀 등에도 담백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단백질 함유량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먹는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섭취하는 단백질 공급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쌀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꼭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한 끼 식사라도 단백질이 부족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뜻이다. 고기는 항상 먹고 싶긴 하지만 가끔 먹어도 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책이 끝난다면 책 제목에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미래의 단백질 공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아마도 자세하게 단백질 이야기를 꺼내고, 그 전에는 인류가 어떤 고기를 주로 먹느냐 등의 배경설명을 열심히 한 이유가 바로 이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에서 다루는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은 꽤 다양하다. 우선 고기를 대체하고자 하는 채식주의자에게는 콩을 권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콩은 고기 못지 않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그 퀄리티에서도 충분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고기의 근육 세포를 통해서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하는 방법, 곤충의 식품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정말 많은 회사와 실험실에서 고기 수준의 만족도를 주는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을 탄생시키고자 매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가 가축을 통해서 얻는 고기보다 저렴해질 날이 올 것이다.

음식이나 영양학에 관련된 꽤 다양한 책을 읽어 왔지만 단백질에 대해서 궁금했던 내용을 다룬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나에게는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준 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