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

2년만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다시 찾아 왔다. 이제 몇 편째인지 세기도 힘들 정도이다. 아마도 9편째인 듯한데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시리즈물이 또 있나 싶다. 보통 5편 정도 나오면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낄만 한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물론 피로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는 간판 캐릭터인 돔이 등장하지는 않고 홉스와 쇼가 등장한다. 그래서 영화 부제도 홉스 & 쇼이다. 계약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홉스와 쇼 위주로 이 시리즈를 이끌고 나갈 것인지는 좀 두고 봐야 하겠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점점 레이싱보다 범죄에 초점을 맞춰 가면서 홉스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토리는 참으로 작위적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러 오면서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인과 관계를 기대하고 오는 관객이 있겠냐마는 어떻게든 레이싱 장르 표방하기 위해 추격씬 등을 가미하려다보니 어처구니가 없는 설정도 자주 발생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다 보니 액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보여줄 액션을 미리 설정해 놓고 스토리를 그 액션에 맞게 만들어 가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시리즈 뿐만 아니라 계속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이번 홉스 & 쇼에서는 홉스와 쇼 사이에 오가는 유치찬란한 대사가 상당히 거슬린다. 마치 감독이 이 시리즈를 보러 오는 관객들은 다 이런 거 보고 재밌어 하는 수준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상상하니 더 짜증이 난다. 그래도 액션은 확실히 보장되니 그러려니 하고 본다. 에휴...

홉스와 쇼 사이에서 의외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해티이다.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에서도 활약한 바네사 커비Vanessa Kirby가 연기한다. 액션 영화에서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과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 사이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뚜렷이 나타낼 수 있는 여배우가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필모그라피를 보면 이미 다작 배우인데 내가 액션영화를 주로 봐서 그런지 미션임파서블과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고서야 눈에 들어 온다.

이번에 가장 활약한 차는 역시 맥라렌이다. 슈퍼카 쪽에서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워낙 활약을 하고 있어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한때 페라리와 함께 슈퍼카 쪽에서 이름을 날리던 브랜드다. 맥라렌의 협찬을 받으려고 런던에서 촬영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런던 시내의 좁디 좁은 거리를 맥라렌으로 요리조리 질주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