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밋 화이타 @온더보더 롯데월드점

심이 누나, Davina와 모임을 가졌다. 이렇게 셋이 모인 건 지난 6월 부산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내 생일날이 겹쳐서 나의 생파가 되었다. 이제 생일을 하도 많이 겪어서 딱히 신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한 살 더 먹었음에 의기소침할 뿐이다. 이번 모임 장소는 Davina가 추천한 온더보더 롯데월드점. 난 처음인데 두 사람은 이미 다 방문을 해본 듯?

멕시칸 레스토랑에 오면 늘 낯설은 음식 이름에 당황하곤 하지만, 2년전이던가 압구정동에 감성타코라는 곳에서 이미 경험을 해본 후 다른 멕시칸 맛집을 몇 번 가본 이후라 이제는 좀 익숙해진 상태이다. 그런데, 내용물을 토르티야로 어떻게 감쌀 것인가에 따라 이름만 달라질 뿐 맛은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속을 둥글게 원통형으로 감싸면 브리또, 토르티야에 토핑 올리고 다시 토르티야를 덮어서 피자같이 잘라내면 퀘사디아, 아예 직접 만들어 먹으라고 쌈 세트를 내오면 파히타이다.

Davina가 역시 한 번 다녀와서 온더보더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다. 나쵸를 기본 안주 개념으로 계속 가져다 준다고 한다. 메뉴가 나오기 전에 술이 먼저 나왔고 그래서 우리는 서비스로 나온 나쵸를 안주 삼아 술을 먼저 마시게 되었다. 심이 누나와 Davina는 코로나를 나는 시트러스 스매쉬Citrus Samsh라는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모히토 베이스에 자몽을 넣어서 만든 음료였다. 내가 선택한 이 음료의 맛이 꽤 괜찮았다. 문제는 우리가 술과 나쵸를 이미 많이 먹어서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이미 배가 부른 상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나쵸를 찍어 먹는 그 매콤한 소스에 큐민이 들어 있었다는 것. 심이누나가 약간 늦게 눈치채서 살짝 곤란한 상태가 되었다.

평소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샐러드 먼저 먹던 습관대로 샐러드를 먼저 먹으려고 주문한 메뉴가 콥 샐러드이다. 그런데, 생각없이 섞다가 안에 밥이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황스럽다. 뭐지? 왜 샐러드에 밥이 들어가 있는거지? 맛도 평소에 생각하던 샐러드와 달라서인지 잘 내키지 않는 맛이다. 그냥 섞지 말고 위에 새우랑 야채들만 걷어 먹을 걸 그랬다.

우리 테이블에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로 얼티밋 화이타The Ultimate Fajita라는 메뉴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멕시코식 쌈 세트이다. 다양한 고기, 새우, 야채가 한 그릇에 담겨져 있고, 옆에는 라이스와 콩소스(?)가 있었으며, 이것을 취향껏 눈치껏(?) 제공된 토르티야에 싸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귀찮아서 한두 번 싸보고 그 다음부턴 그냥 쌈을 싸지 않고 따로 퍼먹었다. 조합을 잘 못해서인지 그냥 따로 퍼먹는 것이 더 맛있다.

퀘사디아 종류도 하나 선택했는데, 더블 스텍 클럽 퀘사디아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메뉴였다. 말 그대로 토르티야 위에 토핑, 그 다음에 토르티야로 끝나는 일반적인 퀘사디아보다 한 층 더 쌓은 것이다. 그냥 퀘사디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었다. 하나씩 먹고도 한 조각이 남았는데 내가 먹었다. 나 또한 배가 불렀으나 어렷을 적부터 음식 남기면 안된다는 세뇌를 너무 강하게 받아서 남기면 죄책감이 든다.

이렇게 오랜만에 멕시칸 음식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초반에 나쵸를 너무 많이 집어 먹지 않았다면 음식들이 좀 더 맛있었을 텐데, 오더가 엉켜서 음식이 늦게 나온 이유도 있었고 술에 취하기도 해서 음식들의 평가는 유보해야 겠다. 참고로, 다 먹고 계산하기 직전에 나쵸 좀 싸달라고 하면 테이블당 한 봉지 싸준다. 한 명 당이 아니라 살짝 아쉬워 했지만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여서 절실하지는 않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