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카드 2x 알파, 해지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기 훨씬 전인 2013년부터 6년간 써왔던 KEB하나 2x 알파 카드를 해지하였다. 카드의 유효기간이 지나서 교체발급을 받았던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다시 5년을 더 쓸 것같았는데, 생활 패턴이 급격히 바뀌어 이 카드가 필요없어진 것이다.

이 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사용금액이 25만원이라 타 카드들이 주로 책정하는 30만원보다 낮고, 브랜드 카페를 선호할 경우 월 1만원 한도로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최소 실적 25만원을 채운다면, 한 달에 5천원짜리 커피 네 잔은 2,500원에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대치로 계산시 27만원당 1만원 혜택이니 3.7%의 픽킹율을 자랑한다. 사실 예전에는 한도가 15,000원이었다가 한 번 러프된 것임에도 이 정도이다.

문제는 최근들어 브랜드 카페에 갈 일이 급격히 줄어 들었다는 점이었다. 최근 출근하고 있는 판교에는 꽤나 저렴하게 커피를 파는 카페가 정말 많고, 그래서 굳이 브랜드 카페를 갈 요인이 많이 줄어 들었다. 난 여전히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의지를 갖고 일부러 한달에 네 번 스타벅스를 찾아가기엔 너무 바쁘다. 아쉬운데로 이디야커피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디야도 커피맛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트리거가 있었는데, 10.5개월동안의 거제도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꽤나 나태한 생활을 하다가 카드 대금을 하나은행 계좌로 옮겨 놓는 것을 깜박하고 며칠 연체된 적이 있었다. 물론, 며칠 정도로 신용점수에 영향이 가지는 않지만, 굳이 이렇게 신경을 써가며 이 카드를 유지하려고 한도를 채워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며칠 고민 후에 더 이상 혜택을 위해 한도를 채우지 않기로 하였다. 2x 알파가 나의 메인 카드였는데, 졸지에 서브 카드도 아니고 그저 비상용 카드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놔두고 해지까지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보유한 신용카드 중 유일하게 해외사용이 가능한 카드였던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장 해외여행을 갈 일은 없더라도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가능성은 있으니 그 상황을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카카오 체크카드가 해외사용이 가능했다는 것, 이것을 깨닫고는 바로 해지하였다. 요즘은 웹사이트나 앱에서 해지가 그리 어렵지 않더라. 물론, 각종 보안프로그램과 공인인증서 재발급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하나은행을 이용하면 종종 티안나게 B급 고객 취급을 받는 느낌을 받곤 해서 하나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이 카드도 외환은행 시절에 거래하다가 은행에서 나오는 신용카드 중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발급받아 사용해 오던 것이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된 이후 관성때문에 이용하긴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하나은행과의 접점을 줄여 나가고 있었고, 신용카드 해지를 마지막으로 이제 입출금통장 하나만 덜렁 남아 있게 되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