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 에드워드 소프

퀀트 트레이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무래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겠지만, 그 이전에 에드워드 소프Edward O. Thorp라는 선구자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는 에드워드 소프의 자서전과 같은 책이다.

국내에서는 주식투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워렌 버핏이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쓸어 모으는 사람들도 많다. 모멘텀을 중요시 하는 조지 소로스도 있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 큰 돈을 모으는 사람도 많다. 워렌 버핏의 영향때문인지 국내 투자자들은 기술적 분석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어설프게 하는 사람들만 봐서 그런 것이고, 둘 중 한가지라도 제대로 하면 돈을 긁어 모으게 마련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자서전 성격의 책이라 처음부터 주식 투자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치 에드워드 소프 자신이 어렷을 때부터 얼마나 총명한지 자랑하는 내용부터 등장한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카지노에서 블랙잭 해서 돈 번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본격적으로 주식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부터이다.

에드워드 소프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통계적 차익거래라고 할 수 있다. 더 쉽게는 롱숏전략이라고 알려져 있다. 롱숏전략은 고평가된 자산에 대해서 공매도나 숏포지션을 취하고, 저평가된 자산에 대해서 매수나 롱포지션을 취하는 방법을 말한다. 금융시장 후진국인 국내에서는 공매도를 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고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매도 역시 금융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한 훌륭한 전략 중 하나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는 자서전 성격이 강한 책이라 이런 전략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나오지는 않으니, 통계적 차익거래나 롱숏전략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 보고 싶거나 공부를 하고 싶다면 다른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 내가 인사이트를 얻은 것은 통계적차익거래나 롱숏전략 보다는 바로 자금 관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책에서 에드워드 소프는 어린 시절에 블랙잭을 하면서 연속으로 잃을 가능성을 감안하여 연속 손실이 발생했을 때에도 다시 복구하여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계산하여 수익을 누적시키는 방법으로 카지노를 상대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흔히 말하는 캘리 공식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난 캘리 공식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늘 공격적 성향이 강하기에 무리한 베팅으로 자멸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각성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전략을 만들고 백테스트를 할 때 MDD를 줄이는 쪽으로 좀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으며, (갑자기 바빠진 이유도 있지만) 트레이딩 횟수도 많이 줄어 들었다.

시장을 분석하고 진입과 청산을 연구하는 것을 검술 연구 정도에 비유한다면, 자금 관리는 성을 쌓고 군대를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등의 행위라고 비유할 수 있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전략 연구는 슈팅연습이나 드리블 연습 등의 공격적인 훈련이고 자금 관리는 포메이션을 지정하거나 프리킥시에 수비벽을 몇 명을 세울 것인지, 상대가 페널티박스 근처에 오면 어떻게 애워쌀 것인 지 등을 대비하는 수비적인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금관리가 좀 더 종합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공격이 더 재미있긴 하지만, 수비를 제대로 안하면 승리할 수가 없다. 앞으로는 수비도 열심히 연구해 보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