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혁명』 세라 골드헤이건

『공간혁명』이라는 제목을 듣고서 책을 읽기 전에 연상되는 책의 내용은 아마도 잘 가꾸어 놓은 집에 살면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게 되고 행복해진다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정말 그런 내용이었다. 요즘 내가 이런 제목에 끌리는 것인지 아니면 유행인 것인지 책 제목으로 혁명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느낌을 받는다.

분량은 참고 문헌을 나열한 미주까지 합해서 400여쪽에 이르지만 핵심 내용은 꽤나 간단하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행복해진다가 전부이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건축이나 인테리어의 심미성을 인간의 심리와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는데,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기 위해서 저자인 세라 골드헤이건이 제시하는 것은 보다 넓은 공간, 자연과의 접근성, 직선보다는 곡선, 채광 정도가 있다.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하자면 산이나 공원 인근에 남향으로 지어진 평수 넓은 집 정도가 되겠다. 이왕이면 딱딱한 직선 보다는 곡선을 많이 가미하면 더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공간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때, 심미성 보다는 실용성에 좀 더 점수를 주는 편이다. 이쁜 쓰레기라는 말도 있듯이 이쁘기만 하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집은 건물주나 세입자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잘 디자인된 공간이 주는 이로움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며, 따라서, 집을 지을 때 실용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잘 디자인된 집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디자이너나 유명한 건축가에게 의뢰를 하려면 돈이 든다. 그래서 그냥 부동산 개발 업자들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평균에 수렴하는 집을 짓게 마련이다. 아주 볼품 없지도 않지만 개성은 결여되어 있고 무미건조해진다.

돈이 부족하다고 꼭 나쁜 디자인일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이쁘면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결국, 디자인의 가치가 과연 얼마 만큼인가를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자의 주장이 그 정도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잘 디자인된 32평 아파트가 20억이고 디자인이 좀 쳐지는 32평짜리 아파트를 15억에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것은 잠재적 수요자들이 디자인을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로 결정된다. 당연히 해당 업종에 속한 저자는 디자인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길 원할 것이다.

책의 내용과 별개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하나 있는데, 책 중간 중간에 첨부된 멋진 건축물 사진일 것이다. 평소에 보기 힘든 이러한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