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20권 『혼수모어』 진무송

삼십육계의 20번째 전략은 물을 휘저어 탁하게 만든 후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혼수탁어 또는 혼수모어이다. 즉,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틈을 타 이득을 취하는 전략이다. 평소에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도 혼란에 빠지면 당황하고 위험요인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마련이다.

소설 삼십육계 제20권의 『혼수모어』에서는 송나라 시대의 조광의가 형인 조광윤을 제거하고 황제자리를 빼앗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말 그대로 조광의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형인 조광윤을 혼란스럽게 하고, 조광윤은 혼탁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물론, 조광윤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라 조광의는 여러 번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그때 그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주변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물을 휘젓는 것이 그저 거저 되는 것은 아니다. 황제의 눈을 혼탁하게 하려면 물을 정말 제대로 흐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실생활에서나 스포츠 경기에서나 워낙에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전략이 광의의 혼수탁어의 계략에 속하기 때문에 꼭 집어 이러한 계략이 혼수탁어, 혼수모어라고 말하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이다.

소설 삼십육계 시리즈를 과연 마지막까지 다 읽게 될 지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삼국지가 커버하는 시대가 아니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중국 역사에 조금씩이나마 지식을 넓혀 간다는 면에서 나름 가치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삼십육계의 뒤편으로 갈 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실행해야 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