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톨라니 투자총서 제 1권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혹시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바로 그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비유로 주식시장의 과열과 공포를 설명한 이가 바로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총 3권으로 된 코스톨라니 총서 시리즈 중 제 1권,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이다.

나온 후 꽤 여러 번 제출간이 이뤄지기도 했던 만큼 인기가 많은 책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버전으로 빌려 왔음에도 책의 상태가 너덜너덜한 것을 보고 확실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비소설 분야에서 이 정도로 너덜너덜한 책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인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온몸으로 경험할 위기에서 가까스로 잘 빠져나와 그 이후 소질이 있었던 주식투자를 통하여 꽤 평탄한 삶을 살다 타계한 투자자라고 말할 수 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주식 투자 활동을 영위해 왔던 만큼 다양한 형태의 전략을 사용해 보았던 것으로 보이며, 나이가 들어 점점 체력적으로 힘들어지 이후에는 장기 투자만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책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유추하건데, 재무제표보다는 주식 시장의 심리를 이용한 모멘텀 투자자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굳이 비슷한 투자 스타일의 인물을 찾자면 조지 소로스?

제목에 "돈"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어 돈 자체에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돈을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서 몇 마디 한 것 빼고는 주로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코스톨라니가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마디로 요약한 그의 격언이 있다.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즉, 똑똑한 수학 박사들이 노력해서 만든 공식 같은 것으로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가 떠나고 없는 지금의 세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장이긴 하지만, 활동한 시대가 다르기도 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수학만으로 주식시장을 이해할 수는 없기에 틀린 주장도 아니다.

코스톨라니는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경우를 제외하고,) 노력해서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유한 배우자를 만난다.
둘째,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는다.
셋째, 투자를 한다.

코스톨라니는 당연히 세번째 방법을 선택하여 부자가 된 사람이고, 같은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대목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열심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분명 코스톨라니는 인간의 심리를 정말 잘 아는 사람임에 틀림 없다.

투자를 해야 하는 부류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저자는 투자에 앞서 재정 상태를 세 가지로 분류하여 첫번째, 세번째에 속하는 사람만 투자하라고 말한다:

첫째, 돈이 많은 사람은 투자할 수 있다.
둘째, 돈이 조금밖에 없는 사람은 투자해서는 안된다.
셋째, 돈이 전혀 없는 사람은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란 말인가라고 화를 내는 독자들이 있을까봐 코스톨라니는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는데, 우선 돈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든 종자돈을 만들어 그 다음에 투자를 하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돈이 조금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한 집안의 가장이고 수입과 재산으로 집을 마련해야 한다든지, 자녀 교육에 쓸 정도만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두번째 재정 상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 분류법에 의하면 투자에 적합한 재정 상태를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같다.

아마도 이 책의 백미는 코스톨라니의 달걀로 응축할 수 있는 주식 시장의 심리 주가의 관계, 거시 경제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코스톨라니의 달걀 도표 중 "B1" 구간에서 사고, "A1" 구간에서 팔았던 경험이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인상 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또한,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주식 시장이 상승하는 경우에 대한 사례를 든 대목을 소개하고 싶은데, 불경기가 지속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저축을 하게 되고, 그 저축의 일부는 직접 투자가 되었든 펀드나 연금 등의 간적적인 방법이 되었던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며, 이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 시장은 상승할 수도 있다고 한다. 늘 주식 시장이 경기를 선행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코스톨라니가 모멘텀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하다는 것은 수급에 대한 설명에서 잘 나타난다. 주식의 가격이 오르냐 내리냐는 "바보가 더 많은 지, 주식이 더 많은지"에 따라 갈린다고 설명한다던지, 매도 호가에서 체결되는가와 매수 호가에서 체결이 되는가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보면 주식 시장에서 재료보다 수급이 앞선다는 이야기를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주려 노력한 부분이 보인다.

수급에 대해서 정신을 번쩍 들게한 설명은 바로 거래량 폭발을 손바뀜이라는 말로 표현한 대목이었다. 주가가 상승하다 거래량이 폭발하는 것은 질이 좋은 투자자에서 뇌동매매하는 투자자로 손바뀜이 일어난 것이고, 주가가가 하락시에는 그 반대라는 설명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거래량에 대한 인사이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스톨라니는 주식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네 가지를 꼽았는데, 돈, 생각, 인내, 행운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굳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자금을 이용해서 전략을 짜고 때론 손실이 나더라도 인내를 해야 하며, 그렇더라도 행운이 없다면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좋은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 상상력이라는 요건을 추가하면 좋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인사이트가 될 것이다. 네 가지 요건을 갖춘 후 상상회로를 마구마구 돌리다 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주식 투자 격언 같은 것들이 대부분 이 책에서 유례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참고로, 두 번 이상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말도 그가 남긴 말이다. 당신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 몇 번의 파산이 남았는가! ㅋㅋㅋ

전반적으로 이 책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투자 활동을 해온 대가의 경험을 통해 주식 시장에 통용되어 오거나 통용되었던 단편적인 지식들을 알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아마도,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워낙에 여러 경험을 하다 보니 그것을 한 가지 철학으로 정의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모멘텀 투자라는 것은 재무제표를 이용한 기본적 분석과 같이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투자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초보자에게는 시장을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유경험자에게는 시장을 되돌아 보는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물론, 이미 읽어 본 사람이 더 많겠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