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조커 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빌런이 또 있을까. 물론 3년 전 조커의 여자친구인 할리 퀸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꽤 사랑을 받았더랬다. 하지만 그녀가 빌런이라고 하기엔 좋은 일을 너무 많이 해버려서 빌런이라고 칭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러니 조커를 최고 인기 빌런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그를 주연으로 한 영화가 개봉하였다. 영화 제목도 그냥 조커다.

DC코믹스 아니랄까봐 시작부터 참 어둡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조커에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인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가 연기한 이번 조커는 두렵기 보다는 불편하다. 지지리 궁상스러운 모습은 마치 인간극장을 찍는 듯하다. 조커가 빌런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고난을 너무 적나라하게 선보인다. 관객입장에서 과연 조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을까?

이번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진정한 조커의 팬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조커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조커를 분장한 히스 레저를 사랑했던 것일게다. 확실히 난 후자였다. 왜 조커가 그렇게 배트맨과 애증의 관계로 엮일 수 밖에 없는 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