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

책을 펴들고 페이지 몇 장을 넘기고 나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삽화가 글보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렷을 때부터 엄마에 의해 만화책 보는 것을 엄격히 통제당하는 바람에 만화책이나 이렇게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을 보면 마치 금서를 보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역시, 어렷을 때 아이에게 편견을 갖게 만들면 안된다.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은 닐 게이먼의 팬심이 있거나 그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심지어 나같이 그를 아예 몰랐다 하더라도 재미없지는 않다. 나같은 경우 복잡한 책들을 읽다가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같은 느낌이었고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자주 쉬어가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초반에는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도서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후반에 비로소 "좋은 예술 만들기"라는 주제로 그림과 글을 풀어 놓는다. 대체적으로 과거의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세상을 구현해 나가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좋은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그런 글귀들이 잔뜩 씌여져 있다.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이랄까. 글보다는 그림을 보기 위한 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