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꼴라, 진딧물의 습격

8월말에 심어 놓은 루꼴라 세 포기 중 가까스로 한 포기를 살려 놓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녀석을 살펴 보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는데, 엄청난 양의 진딧물이 루꼴라 즙을 빨아 먹으며 배를 채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살려 놓은 건데!

다급히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주방세제를 물에다 섞어 분무기로 뿌려 주면 진딧물은 죽고 식물은 산다는 내용이 있어, 물 100ml 정도에 주방 세제를 서너번 펌핑하여 흔든 후 분무기로 뿌려 보니 다행히 진딧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전 만큼의 엄청난 수는 아니지만 종종 진딧물이 보여서 볼 때마다 주방세제 희석액을 분무기로 뿌려 주고 있다. 이것이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유기농 방법이라고 한다. 난 갑자기 농약 구할 방법이 없어서 한 것인데 나름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 전에 죽은 두 포기도 진딧물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진딧물은 새싹이나 약한 잎에 서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약해져서 진딧물이 꼬인 것인지 진딧물 때문에 시들어 죽은 것인 지는 명확하지 않다. 진딧물들이 잎의 앞면보다 뒷면에서 즙을 빨아 먹는 경향이 있다보니 초기에는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

루꼴라는 고추잎 만큼이나 진딧물이 잘 꼬이는 식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봄에 심지 말고 서늘해지는 가을에 심으라고 해서 8월말에 심은 것인데 심는 시기를 좀 더 늦춰야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후회를 하고 있다. 8월말이라도 어찌보면 늦여름이라고 볼 수 있으니... 게다가 난 씨를 심은 것이 아니라 모종을 사서 심은 것이라 9월말이나 10월초가 좀 더 적당한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과연 피자토스트에 내가 키워 수확한 루꼴라 잎을 얹어서 먹을 수 있을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꽤나 회의적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