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인 더 게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스완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분, 나심 탈레브. 이 분이 쓴 『스킨 인 더 게임』이 몇 달 전에 한국어 판으로 출간되어 이제서야 읽어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나심 탈레브를 일약 스타 경제학자이자 트레이더로 만들어 준 『블랙 스완』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하고 책꽂이에 방치되어 있고, 다른 책은 벌써 두 권 읽어 보았으니, 이번 『스킨 인 더 게임』이 나심 탈레브의 저서로는 세 번째로 읽는 책이다.

처음 접했던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충분한 공감과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두 번째로 읽었던 책인 『안티프래질』에서는 바벨 전략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었지만, 전반적으로 투자 외적인 내용에 대해서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스킨인더게임』은 거의 투자 외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 내용 중 일부는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평하고 싶다.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그의 주장은 중요한 정책 결정권을 가진 자들이 정작 책임을 지지는 않는 것이 이 사회를 부정적으로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즉, 수익은 나의 것이고 손실은 국민의 것이라는 태도와 전략을 사용하는 투자은행 CEO들이나 미국의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위원회의 의장 등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책임지지 않는 점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비판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 맞다. 그러나, 권한 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미연준 의장에게 잘못된 금리 결정에 대해서 상응하는 책임을 지라고 하면 과연 누가 그 자리에 앉을 지 의문이다. 그 파장은 어마어마해서 전재산을 몰수 당해도 그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가 아닌가! 또한, 투자은행 CEO가 투자 실패에 상응하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주식회사라는 제도 때문이고, 투자를 함께한 선량한 개인 투자자들로 인의 장벽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이런 일을 막기가 너무나 어렵다.

게다가, 세상 똑똑한 사람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 이해서 커리어를 쌓고 그런 자리에 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이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점인데, 과연 나심 탈레브의 작심한듯한 날 선 비판이 정당한 것인지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물론, 나심 탈레브와 같이 트레이더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자신은 깨끗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능력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직업이니까. 실패해도 계좌에서 실패한 만큼을 앗아가니 당당할 수가 있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그렇게 사용하던지, 아니면 수익 극대화 손실 최소화를 위해서 사용할 지는 개인의 선택 사항이다. 나심 탈레브 본인이 그들보다 더 도덕적이라서가 아니라 직업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뿐이다.

세부적인 내용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 본다면, 우선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에 대한 이야기를 꼽고 싶다. 저자인 나심 탈레브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세력이 커진 것은 다름 아닌 미국 국무부의 작품이라고 한다. 게다가 9/11 테러에는 사우디 왕실이 관여되어 있고, 실제로 테러범들 대부분은 사우디 아라비아 시민권자들이라고. 이미 꽤 오래전 일이 되어 버린 사건이지만 워낙에 어마어마한 사건이라 그 배경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나심 탈레브는 진보주의 경제학자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 보인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에 대해서 해당 책에 제시된 자료의 허점과 부실함에 대해 대차게 깐다. 이미 Financial Time에서 제대로 까인바 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으로 빛나는 폴 크루그만 마저 그의 비판 대상이 된다. 최근 경향이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위기인데 나심 탈레브는 거리낌이 없다. 돈을 벌어 들이는 트레이더의 여유라고나 할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