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지 않는 법』 조던 엘렌버그

책 제목이 『틀리지 않는 법』이다. 마치 책을 읽고 나면 정말 틀리지 않을 것같다. 좀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저자인 조던 엘렌버그Jordan Stuart Ellenberg는 수학자이고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살아 가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왜 우리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레퍼 곡선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인생을 살아 가면서 경험이 쌓이면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하게 마련이다. 즉, 귀납적 추론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흔한 실수를 하게 된다. 은연중에 세상 이치가 선형적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 듯, 세상일은 선형적이지 않고 포물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레퍼 곡선은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예를 들자면, A이면 1, B이면 2, C이면 3 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자연스레 D이면 4가 나올 것이라고 믿지만 세상의 이치는 보편적으로 D이면 2, E이면 1이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브라함 발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잘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총알 세례를 맞고 돌아온 전투기의 장갑을 보강하는 프로젝트에서 총알이 많이 맞은 곳보다 총알이 덜 맞은 부위를 중심으로 장갑을 보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존자 편향이라는 예 중에 꽤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난 이 책을 이미 읽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했다. 루돌넷 일기를 뒤져 보기도 하고 도서관 대출 내역을 뒤져 보기도 했으나 그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데자뷰인가 싶기도 한데, 꽤 찜찜하다. 책 두 번 읽었다고 큰 일 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은 좀 당황스럽다.

복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난 복권이라는 것은 하우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게임이고 어리석은 사람이나 복권을 사는 것이며, 중학교 시절 확률과 통계를 배운 이후로는 단 한번도 복권을 사지 않은 점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 왔다. 그런데, 이런 불리한 게임에서 확률적으로 승산있는 타이밍을 찾아 제대로 베팅을 하여 정기적으로 돈을 벌어 가던 집단이 있었다고 하다. 그 타이밍이란 바로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다음 게임으로 당첨금이 이월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물론, 여러 번의 이월이 이루어 질 때 굉장히 압도적인 수의 복권을 사는 이 방법은 이월 횟수를 제한하는 요즘에는 효과를 보기 힘든 전략이지만, 복권은 무조건 하우스가 유리하다는 나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 주는 대목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복권을 살 생각은 없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앞으로 내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옳은 판단만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훈련을 한다면, 또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결정이 수학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같다. 책을 읽는 내내 위에서 언급한 데자뷰같은 잘못된 기억 때문에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기는 했지만, 정말 유익한 책이라는 점은 확실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