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주식』 크리스토퍼 메이어

100%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어려운데 무려 10000%의 수익율을 기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출간된다면? 우선은 책을 팔아 먹으려는 수작이라고 의심할 것이다. 평소 주식 투자나 선물/옵션 트레이딩 관련 서적을 선택할 때 도움을 받는 가치성장님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서 그냥 지나쳤는데, 종종 나가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선정하여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0배 주식』이라는 제목만 보면 마치 이 책을 읽고 100배 수익이 나는 주식을 찾는 방법을 배운 후에 1억을 투자해서 100억의 자산가가 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장미빛 미래를 그려 보게 된다. 아마존 같이 100배가 넘게 오른 주식을 언급하니 정말 가능할 것 같다가, 다시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미국 주식만 되는 것이 아닌가? 나같이 의심을 하는 독자를 위해서 책 뒤편에 부록으로 국내 주식에 대한 내용이 추가 되어 있다. 1990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려 110개의 100배 주식이 있었다.

보유한 주식이 100배로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해한다. 그런데 꽤 많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아마존과 같이 5년정도만에 100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20~2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때론 30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길긴 하지만 기다려 줄 수 있다. 100억대의 자산가가 될 수 있는데 20년을 왜 기다리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조금 더 읽고 난 후 1억으로 100억대 자산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책으로 안나왔겠지.

이 책은 정확하게 어떤 주식이 100배 오를 것인지 찍어주는 책이 아니다. 100배 주식을 찾는 마법의 공식 따위는 없다고 책에도 언급되어 있다. 제목은 『100배 주식』이라 달아 놓고 어쩌자는 것인가! 그렇다. 포트폴리오다. 어떤 주식이 100배 오를 지 모르니 수십개 나눠서 매수해 두면 그 중 하나는 100배가 오르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말장난 같은 이 주장에 화가 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하여 2천여 종목이 상장/등록되어 있다. 이 중에 110개가 100배주식이 되었다는 뜻이다. 약 5%의 확률로 대박이 나니 나쁘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1990년대에는 지금보다 상장된 주식이 더 적었을 테니, 확률은 좀 더 올라간다. 그래도 우선 보수적으로 5%으로 잡고 계산을 해보자. 확률상 10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으면 그 중 네 개는 100배가 오른다는 뜻이다. 즉, 무작위로 선정한 100개의 주식에 각각 100만원씩 투자해 놓고 20년을 기다리면 4개는 1억이 되어 있을 것이고, 나머지 96개중에 상폐된 종목도 나오고 좀 오른 종목도 나오기도 할 것이니 1억으로 20년동안 4~5억 이상을 만들 수 있다. 20년에 400%면 복리를 적용하지 않아도 5년에 100%, 1년에 20%인 셈이다. 복리를 적용해도 15% 이상이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한 투자 아닌가!

책에서 정확히 100배갈 주식을 찝어 주지는 않지만 100배가 갈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정하는 방법 정도는 알려 준다. 우선, 시가 총액이 너무 크거나 작은 주식을 피해야 한다. 이미 100배간 종목이 다시 100배 뛰어서 10000배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같은 종목이 앞으로 100배 넘게 오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 외에 경영자가 직접 경영하는 회사를 선택하라든지, ROE가 적어도 20%는 유지해주는 경우가 유리하다든지, 흔히 알고 있는 내용들도 언급이 된다. 이러한 방법은 10루타 모토를 외쳤던 펀드업계의 대가 피터 린치가 쓴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나 성장주 투자자로 유명한 필립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등에 더 잘 나와 있으니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좀 더 잘 구성해 놓는다면, 즉, 자신이 패시브 펀드보다 더 좋은 안목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연이율 15%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잘하면 30%도 넘을 수 있을 것같다. 얼마나 포트폴리오를 압축시킬 것인가는 결국 비체계적 위험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로 귀결되는 문제이다.

수익율을 좀 더 높이는 다른 방법도 언급되어 있다.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출을 하라는 뜻이다. 책에서는 워렌 버핏도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편이라면서 다소 부추기는 이야기를 적어 놓기는 했지만, 5년도 아니고 25년의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에 과연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지 모르겠다.

책에 언급되지 않은 부정적 요인이 하나 더 있다. 국내 경제성장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5% 이상을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또 그 이상을 기록했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2019년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고도성장을 하는 나라가 아니다. 2%대 성장도 힘겨워 하는 상황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위에서 언급한 5% 이상의 확률로 100배 주식이 등장할 것인가! 경제성장률과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꽤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정적인 요소이다.

그리고, 과연 20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기다릴 수 있는가가 의문이다. 100만원으로 100개의 종목을 1만원씩 투자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1000만원으로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이미 준자산가가 된 사람이 1억을 투자했을 때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것저것 가까스로 1억을 끌어 모은 투자자가 20년을 묵묵히 참고 기다린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전제일까?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고 쉽게 대답한다면 투식투자를 얼마 안해본 사람임에 분명하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삼성전자를 80만원 정도에 매수했다가 120만원이 되었다. 50%의 수익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이 다시 80만원수준까지 떨어졌다. 기다려온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40만원대까지 떨어진다. 반토막이 난 것이다. 삼성전자 같은 블루칩이 반토막이 났다는 생각에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회복하리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다려서 80만원이 되었다. 90만원대가 되어 조금은 남겼다는 생각에 매도를 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삼성전자는 250만원을 넘어서는 상승을 했다. 아마도 가장 큰 고통을 느낀 것이 이 때였을 것이다. 물론, 50:1로 액면 분할 전 이야기다. 25년이라는 세월과 100개의 종목은 이러한 고통을 수십차례 안겨다줄 것이다. 과연 견딜 수 있겠는가! 세상에는 장기투자를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대부분 자신의 인내심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갑자기 목돈이 들어 가는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던지, 집을 구입한다던지, 결혼을 한다던지, ... 과연 그 때마다 이 포트폴리오를 깨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그대로 묵혀둘 수 있을까? 위에서 준 자산가인 사람이 1억을 투자한 케이스 정도가 가능하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이 책에서 전제하고 있는 또 한 가지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바로 100배라는 수치가 최저가 또는 이에 준하는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차트를 정말 잘 읽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운이 아주 좋은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차트를 그렇게 잘 읽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대체적으로 인내심이 그리 강하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100배 주식』에서 설명하는 방법, 즉, 적절한 방법으로 필터링하여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20년 정도를 기다려 100배주식을 수확한다는 전략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전략이고 위에서 언급한 피터 린치나 필립 피셔의 책보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성장주 투자에 대한 동기 부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거시경제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기대한 수익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며, 현실적으로 이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또한, 책에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지만, 좋은 타이밍에 진입해야 한다는 측면은 성공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정리하자면, 100배 주식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에 모두 부합되는 지를 고려해야 그나마 행복한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20년이상 인내할 자신이 정말 있는지?
둘째, 20년간 쓰지 않아도 될 돈이 천만원 이상 있는지?
셋째, ROE나 PER 등의 재무제표를 해석할 능력이 있는지?
넷째,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갈 수 있는 차트 해석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난 첫번째 조건에서 이미 탈락이구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