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우위 전략』 브루스 그린왈드, 주드 칸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블루오션 전략이 경쟁이 없는 비지니스를 찾아 선점효과를 노리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경쟁 우위 전략』은 더 이상 블루오션 같은 기회는 없으니 경쟁에서 이길 생각을 하라며, 경쟁에서 승리할 전략을 알려 주는 책이다.

『경쟁 우위 전략』에서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은 협조하는 전략이다. 비지니스에서 협조 전략을 취한다고 하면 도덕적이고 정의롭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전략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점이나 담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기업가의 입장이 되어 읽어야 머리에 잘 들어 온다.

협조 전략은 아무때나 쓸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우선, 경쟁사가 협조의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나의 조직이나 힘을 만만치 않은 수준까지는 키워 놔야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이다. 적어도 상대로 하여금 나와 싸움을 시작하면 이길 수는 있어도 만만치 않은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수준까지는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경쟁사들은 내가 힘을 키우기 전에 견제를 하지 않을까? 그 견제를 피하는 사례로 언급된 기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키위 인터내셔널 에어라인Kiwi International Airlines라는 항공사였다.

이미 대형 항공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키위는 출생부터 꽤 독창적이었는데, 은퇴하거나 대형 항공사에서 일을 그만둔 승무원들이 십시일반 투자를 하여 창립을 한 케이스다. 승무원 협동조합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정체성은 창립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꽤나 큰 원동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주인의식이 아니라 정말 주인으로서 박봉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방식으로 항공사가 창립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니 진입장벽은 확보된 셈이고, 기존 항공사들도 워낙 체급차이가 나서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게다가, 키위를 죽이려고 힘을 쏟다간 다른 대형 항공사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니 확전이 두려워 섣불리 경쟁을 할 수가 없는 오묘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당연히 키위는 그 상황을 이용하여 쑥쑥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끝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것은 해당 시장에서 비지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그리 달가와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시장을 노리고 새롭게 진입하는 경쟁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선점효과도 떨어지고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시장을 독과점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치킨게임은 낭떠러지를 앞에 두고 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앞이 탁트인 평탄대로라면 아무리 달려 봤자 승리할 수 없다. 『경쟁 우위 전략』에서는 필립스가 CD를 최초로 개발했던 사례를 들고 있다. CD 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테이프 시장 등을 잠식하며 성장해버려 필립스가 선점 효과를 누릴 시간 조차 없었다고 한다.

닌텐도에 대한 사례는 종종 듣곤 했지만 그냥 한 귀로 흘리곤 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닌텐도가 얼마나 악랄하게 시장의 독점적인 우위를 악용했는 지 알게 되었다. 슈퍼마리오나 그 밖의 귀여운 캐릭터만 생각하고 그렇게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가장 악랄하게 느껴졌던 일은 게임 개발사들에게 닌텐도 콘솔용 게임기를 개발하기 위한 라이센스를 발급해 줄 때, 2년간 다른 콘솔용 게임을 개발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닌텐도는 독점적 지위를 좀 더 오래 누렸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 세가에서 더 강력한 콘솔 게임기를 출시한 이후 닌텐도 독점의 시대는 끝나 버리고 만다.

경영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최근에는 주로 스타트업 위주로 읽곤 하였는데, 오랜만에 전통적인 기업들의 케이스를 분석한 책을 읽으니 신선하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앞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전략을 수립하거나 이런 전략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주식 투자시 투자한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할 때 유용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