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질문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려고 할 것이고, 대체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극빈층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서, 예시가 주어 진다면 가장 최악의 경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만 이런 문제에 그럭저럭 귀를 닫지 않고 있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고 도덕성의 흠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 『팩트풀니스』에서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위와 같은 질문 15개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침팬지만도 못한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한탄한다. 참고로, 침팬지의 수준이란 3개의 답변을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의 확률인 33.33%를 의미한다.

한스 로슬링이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질문을 받았을 사람들이 파악했던 의도와는 상반된 것이었다. 즉, 그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세상은 훨씬 더 발전된 상태에 있으며,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니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난 사람들이 33.33%에 미치지 못하는 답변을 한 이유가 세상을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물론, 잘 해봐야 33% 안팎이 나올 것이니 저자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그저 드라마틱한 시작을 알리기 위한 장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노골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위에서 주어로 사용된 "당신"은 서양인이라고 봐도 된다. 즉, 서양인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제3국의 사람들을 옛날 생각만 하며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경종을 울리고자 쓴 책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해 보인다. 대표적인 이유로 언급된 것이 선별적 보도이이다. 미디어의 특성상 보도되는 내용들은 대체적으로 나쁜 뉴스가 더 많다. 평화로운 상황을 전하는 뉴스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서 자극 받길 원한다. 태풍이나 허리캐인이 온다는 뉴스를 듣고 잔득 기대하고 있었는데 피해 없이 지나갔다고 하면 안도하면서도 극적인 영상이 안나와서 실망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의 내용은 이것이 전부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이고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니 자극적인 보도에 휘둘리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는 이야기,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상태여서 충격을 받길 원했는가?

언급된 단편적인 이야기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인도의 승강기 에피소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문이 닫히려는 찰라에 해야할 일은 재빨리 버튼을 누르는 것이겠지만, 종종 너무 급한 나머지 발을 들이 미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센서가 인식을 해서 다시 열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인도의 승강기는 그냥 문이 닫히고 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내가 인도에 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기억해 두어야 겠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꽤 신선했는데, 나와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아서 아군을 만난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저자는 기후 변화가 일어 나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엘 고어 등의 정치가에 의해서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그래서, 기후 변화 보다 더 급한 일에 기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이 저자는 엘 고어와 기후 변화에 대한 자료를 함께 준비하면서 엘 고어로 부터 자료를 드라마틱하게 조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함께 일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이나 인도같은 국가에게 총량이 많다고 규제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즉, 1인당 탄소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선진국들이 불공정한 강요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