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가 도대체 몇 번째인지 이제 셀 수 조차 없다. 다른 시리즈가 적어도 속편 일정과 계획을 토대로 연결시켜 나온다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그때 그때 스토리를 만들어서 억어지로 이어 붙여서 만드는 느낌이랄까? 터미네이터 시리즈라기 보다는 그냥 하나의 소재가 되어 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우려먹고 또 우려먹었는데, 여전히 나올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어찌어찌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계속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기계는 점점 더 지능이 발달해 갈테니, 미래에서 온 살인 기계를 제거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 아마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0년 후에도 나올 수 있을 것같다.

터미네이터가 잊을만 하면 다시 영화화 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이야기를 연결하여 붙여 넣기가 쉽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대충 붙여 넣어도 재미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미래에서 온 기계에 의해서 쫓기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기구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가장 득을 본 배우는 역시 아놀드 슈왈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이겠지만, 터미네이터 서사의 본질은 미래의 지도자를 낳게 만들 여성을 죽이고자 하는 기계 진영에 맞서 싸우는 강한 어머니이다. 즉, 모성애가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하지만, 꼭 어머니어야만 강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동시에 여성 그 자체로 강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번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이다.

이제까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충분히 강력했다. 심지어 여성형 기계가 미래에서 온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만큼 비중있게 이야기를 끌어 가는 경우는 없었던 것같다. 어마어마한 화력을 자랑하며 사라 코너가 등장하고, 미래에서 인류의 지도자를 보호하고자 등장하는 강화 인간 또한 여성이다. 아놀드 형님은 그저 거둘 뿐.

미래에서 온 기계는 점점 더 강력해졌다. 이미 충분히 강력해 보이던 기계들이 현재로 왔지만, 이번에 등장한 기계는 정말 수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공할 만한 능력을 보여준다. 기존에 보여주었던 재생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는 기계가 두 개가 되었다 하나가 되었다 한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강력해지는 기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 한 대씩만 보내는 것인가? 한 100대쯤 보내면 해결될 일이 아닌가! 기계들의 사정이 있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