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을 본 이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꼭 보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결심은 그렇게 했지만 과거의 작품들까지 챙겨보게 되지는 않게 되더라. 그래도 새로 개봉한 작품은 보러 가겠다는 생각으로 날씨의 아이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먹힐 만한 다른 영화들이 많은지 개봉관 찾기가 그리 녹녹치는 않았다.

빛을 표현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능력은 여전히 출중했고, 날씨의 아이는 그러한 능력이 발휘하기 정말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우연한 계기로 맑음 소녀가 된 히나는 비가 오는 날에 국지적이지만 날씨를 화창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인 호다카는 그녀에게 비지니스를 제안한다. 맑은 날씨가 필요한 사람에게 비용을 받고 날씨를 바꾸자는 것. 하지만, 비를 그치게 만드는 능력을 사용하면 어떤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번에 본 날씨의 아이를 보면서 너의 이름은.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주인공들이 십대 청소년들인 점이 그러했고, 그들이 어쩔 수 없어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점도 그러하다. 이 밖에 미장센을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요소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너의 이름은.에 버금갈 만큼의 감동을 주지만, 또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 나온다면 진부함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