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슬립

닥터 슬립은 스티븐 킹의 동명소설인 『닥터 슬립』을 원작으로 재구성한 영화이다. 이 사실을 알고 미리 원작 소설을 읽으려고 했으나, 좀 늦게 읽기 시작해서 다 읽지는 못하고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까지 읽은 상태로 보게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닥터 슬립이 1980년 작품인 샤이닝의 후속편 격이라는 것이다. 무려 거의 40년만에 후속편이 만들어진 셈이다. 샤이닝에서 꼬마였던 대니 토렌스가 성인이 되어 그와 같은 능력을 타고난 아브라 스톤을 돕는 역할을 한다. 난 샤이닝을 본 적이 없어서 내용을 알지는 못하지만, 스탠리 큐브릭 전시회 등을 통해 유명한 몇 가지 씬들은 여러번 본 바가 있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이 영화화 되거나 TV시리즈로 재탄생한 경우는 드물지 않기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 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이 로즈 더 햇Rose the Hat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 좀 더 큰 영향을 주었다. 어느덧 그녀의 팬이 되어 버린 것일까? 미션 임파서블에서 워낙 매력적으로 등장해서...

닥터 슬립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자들 중 선한 진영과 악한 진영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야기다. 초능력자들 중 흑화된 자들은 다른 초능력자들이 공포에 떨거나 고통을 느낄 때 나오는 스팀이라는 물질을 마시며 상당히 기나긴 세월을 죽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 그 능력이 강할 수록 많은 스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능력을 지닌 아브라 스톤은 그들의 타깃이 된다. 이 흑화된 자들이 아브라 스톤을 유괴하려는 계획을 저지하는 것이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가 연기한 대니 토렌스의 역할이다.

초반에는 특별히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고 그저 레트로풍이 느껴지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전작인 샤이닝과의 연결고리를 연상시키는 씬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은 공포 영화로 돌변한다. 마음의 준비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꽤 무서웠다.

대체적으로 절반만 읽은 원작 소설에서도 꽤 많은 생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작 소설에는 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2시간여 동안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정도 캐릭터도 생략을 하다니라고 느낄만한 캐릭터들이 몇 몇 있어서 다소 당황스럽긴 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