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슬립』 스티븐 킹

지난 7일, 『닥터 슬립』과 같은 이름으로 제작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여 그 전에 읽고 극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절반 정도 읽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고 나머지를 읽게 되었다. 그래서, 살짝 김빠진 느낌이 들었지만, 의외로 결말이 영화에서 본 것과는 많이 다르다.

『닥터 슬립』은 1977년에 스티븐 킹이 발표한 『샤이닝The Shining』의 후속편이다. 원작이 2013년에 발표되었으니, 무려 36년만에 후속편이 나온 셈이다. 『샤이닝』에서 고통받던 꼬마 대니 토렌스가 성인이 되어,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아브라 스톤을 도와 로지 더 햇을 비롯한 흑화된 초능력자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샤이닝』까지 읽고 『닥터 슬립』을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영화 개봉 타이밍에 맞춰 『닥터 슬립』을 읽지 못한 상황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영화도 그러하고 소설도 그러하고, 전편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조치를 해 놓았다. 36년만에 발표하는 후속작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영화에서 얼마나 많은 생략이 이뤄졌는 지를 알 수 있다. 물론, 2시간여의 러닝타임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생각보다 분량이 많은 편이라 불가피한 점이 있다.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워낙에 기발하고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영화나 TV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다 성공하지는 못했다. 내가 읽은 스티븐 킹 작품 중에 『닥터 슬립』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후속작이라는 제약 속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갔다고 평하하고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