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켄 피셔

켄 피셔의 저서는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를 읽어 봤는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다른 책인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를 이번에 읽어 보게 되었다. 켄 피셔는 성장주 투자로 유명한 필립 피셔의 아들이고 같은 업종에서 꽤 잘 나가고 있다. 보통 잘 나가는 투자자들은 은퇴할 때 즈음해서야 책을 내곤 하는데, 이 분은 집필활동도 열심히다.

켄 피셔 하면 떠오른 것 중 하나가 PSR이라는 지표이다. PSR이란 Price-to-Sales Ratio를 의미하는데, PER이 순이익에 집중했다면 PSR은 말그대로 매출에 포커스를 둔 지표이다. 성장주 투자에 있어서 매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에서는 이 지표가 너무 유명해져서 자신의 투자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불평이 담겨 있다. 이런 거 발표해도 아무도 안따라할 줄 알았는데, 다른 투자자들이 너무 많이 따라해서 종목 선정을 못하겠다고 한다. ㅋㅋㅋ

켄 피셔 역시 아버지 만큼이나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이 책에서도 주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꽤나 장기적이다. 단적인 예로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의 평균적인 주식 보유기간이 3.27년에 불과하고, 이것은 너무 짧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난 3년이 넘게 주식을 보유해본 경험이 없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미국 경제에 초점을 맞춰서 그러한 지는 모르겠지만, 켄 피셔는 주식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다. 과거에도 좋았고, 지금도 좋으며,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는 듯했다. 더블 딥의 가능성은 10%에 불과하다던지, 대공황 이후에 그다지 큰 조정같은 것은 없다라는 주장은 실제로 맞는 말이다. 오래 보유하고 버티고 있으면 결국은 회복된다는 의미이다. 버티는 동안 괴로워서 그렇지.

켄 피셔는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를 통해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는다. 정치를 뜻하는 Politics가 많음을 뜻하는 poli, 피를 빨아 먹는 진득이들을 뜻하는 tics라는 라틴어에서 왔다면서 어원까지 들먹이며 정치인들과 이들의 프로파간다에 물들어 편향적인 사고를 갖는 이들에게 비판적인 어조를 유지한다. 나 또한 정치 혐오 성향이 있어 이 책에서 이 챕터가 가장 재미있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 도움이 안된다. 편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에서도 얼핏 나왔던 이야기인 듯한데, 대통령과 주식시장에 대한 상관관계를 꽤 자세하게 연구한 듯하다. 이번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가 좀 더 명확하고 상세하게 나와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공화당과 민주당 집권기의 주식 시장 수익률은 대공황과 그 반등시점을 제외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심지어 기업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공화당이 근소하게 뒤쳐져 있다고 한다. 즉, 특정 정당과 주식시장 상승율과는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에, 대통령 재임기간 중 주식투자 수익율을 비교적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대통령 임기 1, 2년차에는 눈치를 보지 않고 권한을 휘두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주식시장은 좋지 않다. 그리고,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3, 4년차부터는 정치 리스크가 줄어 들며 주식시장에 활력이 돈다.

이런 현상은 4년차, 즉, 다음 대통령을 위한 선거가 있는 해에 어느 당 후보가 유력한가에 따라 살짝 달라지는 경향도 있다. 친기업적이라고 알려진 공화당 후보가 유력시 되면 4년차의 주식 시장은 꽤 강한 상승을 했다가, 실제로 공화당 대통령 1년차 수익률은 공화당도 그다지 친기업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약해진다. 반면, 민주당 후보가 유력시 되면 4년차의 주식 시장은 약세를 보이다가 실제 민주당 대통령 1년차에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재선에 성공할 시에는 이러한 경향이 좀 덜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도 언급되어 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국내 정치와도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없다. 의미가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 국내에 민주주의 역사가 너무 짧다. 군사정권 이후를 실질적인 민주주의 역사의 시작이라고 봐야 하는데, 그럼 김영삼 대통령 시절 부터이다. 그런데, 그때 국내 경제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진 이벤트가 있었다. 아시아 금융위기. 그래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진 김영삼 정권과 그것의 리커버리가 이루어진 김대중 정권을 제외하고 나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세 가지 케이스밖에 안나온다. 통계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데이터이다. 둘째, 국내 주식시장은 우리 나라 대통령 임기보다는 미국 대통령 임기의 영향을 받는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어 보이는 대통령 임기 위주로 요약을 해 보았다. 켄 피셔의 다른 저서와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꼭집어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를 추천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주식 투자를 하거나 할 예정이라면, 켄 피셔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어 보길 추천한다. 켄 피셔는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