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전 @롯데뮤지엄

인스타그램에서 여진이 아이들과 함께 스누피전을 다녀와서 포스팅한 사진들이 있길래, 전시회에 목말라 있던 차에 어른이 봐도 재미있냐고 댓글을 남겼더니 그렇다고 하여 잠실에서 약속도 잡혔겠다, 롯데뮤지엄으로 향했다.

이번 전시의 공식 명칭은 스누피전이고, "To the Moon with Snoopy"라는 부제가 붙었다. 스누피 달착륙 50주년 기념 한국특별전이라고 한다. 기발한 명분이다. 늘 그렇듯 롯데월드타워 내에서 좀 헤매이다가 롯데뮤지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왜 6층 다음에 8층인가! 그리고, 왜 전시장이 7층에 있다고 소개되어 있는가!

이 전시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스누피의 탄생 배경이라든지 스누피가 역사적으로 어떤 메지시를 담아 왔는지 등, 스누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되길 원했다. 그러나, 전시회장을 둘러 보면서, 이번 전시회는 스누피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아 왔던 사람들이 스누피의 추억을 되살리길 바라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스누피를 보며 자랐지만 이제는 그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잘 아는 관람객에 속하지는 못했기에 도슨트 시간에 맞춰 방문했으나 관람객이 너무 많아 도슨트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하기엔 이미 늦어 버린 상황이라 그저 기억에 의존하여 관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점이 많이 아쉽다.

스누피와 그들의 주인들에 대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스누피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전시라기 보다는 여러 작가들에게 스누피에 대한 작품을 요청하여 다양성에 확보한 전시에 더 가까웠다는 것이다. 회화부터 조각 미니어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스누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의 다양성과 스누피의 귀여움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스누피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관람이라 흥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관람객들은 스누피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장 자주 찾는 전시회장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정책에 불만이 많았던 나이지만, 사진을 찍느라 여기저리 이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정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에 전시회 관람은 역시 이런 애로사항이 있다. 요즘 평일에 전시회 갈 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관람객들의 작품들
그려서 가져간 이들이 많을까, 여기 전시해 놓고간 이들이 많을까?

결론적으로, 동심이 메말라가고 있는지 이번 전시회에 대한 평은 그저 그랬다 정도에 머무를 것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데, 전시회의 만족도는 티켓을 얼마나 저렴하게 구입했냐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 것같다. 이번 전시의 경우 난 15,000원을 모두 주고 티켓을 구입했는데, 만약, 1만원 미만으로 구입했다면, 이 전시회에 대한 평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본전생각난다라는 느낌은 아닐 것이기에...

가장 스누피적인 4컷 만화
여자한테 편지 쓸 때는 더 구체적으로 써야 해...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