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닉 레인

닉 레인Nick Lane의 저서로는 이전에 『산소』를 매우 인상깊게 읽었던 바가 있고, 그 후 국내에 출판된 닉 레인의 저서를 모두 섭렵해 보겠다는 계획을 짰던 기억이 난다. 다만, 그의 저서가 꽤나 깊은 수준이라 읽는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경향이 있어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미토콘드리아』다. 그 전에도 진화생물학 계열의 단행본을 몇 권 읽으면서 미토콘드리아가 노화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산소』 한 권으로 닉 레인의 팬이 되어 버린 나로서는 이왕이면 그가 집필한 책으로 읽어 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

책 초반에 독자들이 기본적인 세포생물학 지식을 갖추었다는 가정을 한다는 말이 적혀 있어 지레 겁을 먹고 읽기 시작했다. 그 가정에서 좀 거리가 있었던 나로서는 전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대목을 읽을 때는 다소 고전을 하였다. 고전을 한 만큼, 읽고 나서는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새롭게 알게 된 지식들과 다소 잘못 알고 있었던 지식들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독립적인 세포였던 걸로 추정할 수 있는데, 진핵세포에 포섭되어 오늘과 같은 형태를 띄게 되었다. 이 과정이 여러 쳅터를 통해서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으나, 매우 단편적으로 결론을 말하자면 진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결합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세균류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된다. 학계에서는 여전히 진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고등 유기체의 시초이기도 한 진핵세포의 최초 발생이 여러 가지 가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지식의 공백을 (당연히 학계만큼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인 『이기적인 유전자』에서는 그저 생명의 수프 정도로만 표현해 놓았는데, 그 단계를 좀 더 상세히 알게 된 것이다.

진핵세포로의 진화는 최초에 원핵생물-고세균-아케조아-진핵생물의 단계를 거쳐서 진화한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진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세포벽의 파괴에 있다.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세포벽이 손상된 세포 중 포식 습성이 있는 세포가 생존을 위해 미토콘드리아와 결합되는 상황으로 이해를 하였다.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내용도 있는데, 난 은연 중에 세포는 하나의 핵과 하나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핵은 하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수십개 또는 수백개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3/4 법칙에 대한 약간의 오해(?)도 풀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스케일』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유기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록 효율이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크기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효율은 3/4 법칙에 따라 커지는 규모의 25%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것이 꼭 들어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번에 『미토콘드리아』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독자들의 수준에 맞춰서 단순화한 수치에 불과한 것이었다.

조류에 대한 편견도 고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장수의 상징으로 새가 연상되는 경우는 적고 나 또한 조류가 포유류보다 장수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사실, 조류가 호흡으로 인한 자유 라디칼의 손상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화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즉, 조류는 노화가 상당히 느리게 오고 수명도 비슷한 대사율을 가진 포유류에 비해서 길다. 알바트로스라는 새는 15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새롭게 알게된 또는 기존 상식을 크게 업그레이드 하게 된 내용은 역시 세포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뇌세포를 제외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세포는 수명이 있게 마련이고, 특정 부분은 좀 더 빨리 교체가 된다. 그런데, 이 교체가 되는 과정이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는데, 손상된 세포의 경우는 다른 세포에게 잡아 먹히게 된다고 한다. 이런 정상적인(?) 세포의 죽음을 포괄적으로 아포토시스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 대한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외에 단편적으로 알게 된 사실도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먼저 꼽고 싶은 것은 유산에 관한 이야기였다. 임신 초기에 70~80%의 태아가 유산된다. 당연히 부모는 그 사실을 모른다. 또한, Y염색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Y염색체가 성별을 구분짓게 유도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지 Y염색체 자체가 성별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이해를 하니 수시로 성별을 바꾸는 물고기가 이해가 되었다. 또한, 악어는 알에 있을 때 온도에 따라서 수컷과 암컷이 정해진다는 사실 또한 충격적이었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모호한 경계를 가진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산소』나 이미 읽었던 다른 진화생물학 서적에서 습득했던 지식을 제외하고 정리를 해보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장문의 글이 되었다. 정말 닉 레인의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한꺼번에 엄청난 지식을 습득하게 되어 정리가 힘들 정도이다.

이번 『미토콘드리아』는 지난 번에 읽은 『산소』에서 보여 주었던 생명의 탄생에서 노화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과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산만함이 느껴졌다. 이해가 가는 것이 미토콘드리아가 가진 여러 가지 기능과 역사성으로 인하여 이러한 접근법으로 책을 쓸 수 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기 더 어려운 책이지만 닉 레인에 대한 존경심이 더 깊어 지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하기도 시간이 빠듯할 텐데 이렇게 일반 독자들을 위해 성심껏 책을 써주니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