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뮤지컬에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캣츠가 영화로 개봉했다. 그런데, 난 이 유명한 뮤지컬인 캣츠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스토리도 모른다. 그래서, 뮤지컬 버전의 캣츠로 이미 감동을 받았던 사람들과는 기대치가 크게 다른 상태에서 극장에 들어 갔다.

빅토리아가 길바닥에 버려지는 장면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버림받은 빅토리아가 길거리의 젤리클 냥이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 그리고, 1년에 한 명만 갈 수 있다는 고양이 세계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헤비사이드에 갈 고양이 선발 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 진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의상인데, 고양이인 듯 사람인 듯 아리송한 이 의상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주인공 빅토리아의 고양이 분장은 정말 귀욤귀욤하다. 게다가, 빅토리아 역을 맡은 프란체스카 헤이워드Francesca Hayward의 다소 과장된 표정 연기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길거리에 버려져 어리둥절하고 불안하면서도 호기심에 가득찬 천진난만함을 표정으로 이렇게 잘 나타낼 수 있다니 정말 존경스럽다. 고양이 분장을 한 모습이 정말 예뻐서 IMDB에 들어가 배우의 사진을 보니 고양이 분장했을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반면에, 음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뮤지컬이니 전반적으로 훌륭했지만, 아마도 내가 보지 못했던 뮤지컬 버전의 캣츠에 출현하는 배우들은 영화 캣츠의 배우들보다 훨신 퀄리티 있는 음악을 선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혹시, 양쪽 다 출현하는 배우들인가? 그러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는데...

스토리 또한 초반부터 중반부까지는 상당히 지루했다. 후반부에 가서야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정도이다. 뮤지컬 영화가 아무래도 복잡한 스토리를 가져가기는 쉽지 않은데, 그것을 감안해도 초반이 지루하다는 평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같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빅토리아를 연기한 배우 정보를 알아 보려고 IMDB 앱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캣츠의 평점이 10점 만점에 2점대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망작이라도 4점대는 나오고 최악의 망작이라도 3점대는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2점대라니! 이것은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크게 실망했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평점이다. 영미권 관객들은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의상, 즉, 고양이인듯 사람인듯한 이 옷차림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느끼는 듯하다.

고양이가 있어서 집사 역할을 하거나 랜선집사들은 아마도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다. 종종 등장하는 고양이의 습성이나 행동을 보여주는 씬을 보면 집에 두고 온 고양이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올 것이다.

이상욱